한국세일즈 나선 황건호 금투협 회장의 쓴소리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중국기관에게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던 점을 강조해 설명했죠. 한국증권사들도 마찬가지로, 단기 성과주의를 버리고 중국 자본시장 공략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18일 중국 상회 푸동에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국자본시장 설명회’에서 황건호 금투협 회장은 한국기업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250여명의 중국내 기관투자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IT·조선·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첨단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산업부문의 전망과 분석에 대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설명회는 2008년 북경에서 시작한 이래 4번째다.
황 회장은 “현재 중국은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포트폴리오 가운데 36%나 차지할 정도로 최대인데 반해 중국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 투자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중국자금의 적극적인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한국 주식투자 비중은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2008년 3700억원에서 지난 9799억원, 올해 8월말 기준으로 1조251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는 386조3000억원으로 중국비중은 1.2%인 4조421억원으로 매우 작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증권사도 2곳에 그친다.
반면 현재 20개 한국 금융투자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고, 10개 한국 금융회사들이 중국 QFII(중국내 투자자격증)자격을 획득했다.
황 회장은 이처럼 한중간의 자본시장 교류가 미진한 이유는 중국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날 설명회는 중국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을 소개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중국과 한국이 실물경제에서 이룩한 상호협력관계를 금융분야에서도 상호협력의 상생모델로 발전시켜간다면 낙후된 아시아 금융시장을 한 단계 높이고 최근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증권사들이 단기성과주의에 집착하다보니 단기투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중국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해 국내시장의 변동성도 줄이는 효과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지난 8월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도 우리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장기투자 보다는 단기적인 헤지펀드나 단기적인 투자 패턴을 가진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시장은 영미계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들이 선물옵션에 많이 들어와서 단기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군자는 어려울 수록 무너지지 않고 강해진다’는 ‘군자고궁’(君子固窮)이라는 중국 노어의 말을 인용하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속에 있는 한국경제와 중국경제가 군자를 비유하며 양국간 자본시장 협력이 활발하게 이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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