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슈 될라.. 부담 덜기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내곡동 사저 부지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것은 10·26 재보선을 앞두고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을 비롯한 일부 선거에서 접전상황이 벌어지면서 '청와대발 악재가 선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에 대처하는 모습은 지난 일주일 사이 180도 변한 게 사실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내곡동 사저 이전'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에만 해도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집중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나빠졌고, 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떠나는 아침에는 "아들 명의로 된 사저 땅을 이 대통령 명의로 곧바로 이전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경호용 부지가 너무 넓다'는 지적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12일 "경호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여권의 분위기는 "이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당시 "사저 자체는 사비로 짓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다만 세금이 들어가는 경호동 문제는 대폭 축소하도록 청와대에 요청을 했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미 국회 운영위원회 등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근거 없는 주장", "지금 내곡동 사저 대신 다른 곳을 물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제는 재보선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내곡동 사저 문제를 재보선 이슈로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자, 여권은 긴장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내곡동 사저는 평소 같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선거기간이다. 박빙의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괜한 오해로 악재를 확대재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어조도 강해졌다. 그는 16일 "대통령이 (미국에서) 오면 '재검토하자'고 얘기하겠다"며 "내곡동 사저 부분은 정리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 기간중 '백지화'를 결심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내곡동 사저에 대한 여론과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을 보고받고 "사저 문제에 대해 오해가 풀리지 않는다면 (내곡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은 사재를 모두 사회에 환원했는데 사저 문제로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사저 문제가 재보선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들도 많아 빨리 결론을 지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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