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한국은행이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며 직원들 복리후생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물가 잡으라고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정작 한은은 물가안정은 뒤로 한 채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혜훈(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한은의 예산심의는 다른 공공기관과는 달리 일부 급여성 경비에 대해서만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고 나머지 예산은 자체 심의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예산 편성에 있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한은이 퇴직금 예산을 정부의 승인 대상 밖에 놓고 방만한 운영을 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작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은 내팽겨 두고 정부와 정책공조에만 매달려 있는 한은은 직원의 25%가 억대연봉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모자라 편법적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만 챙기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 한은은 급여성 경비인 퇴직금 예산을 인건비가 아닌 영업비용 항목에 편성해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 왔고, 결과적으로 퇴직금 예산을 수시로 초과 집행했을 뿐 아니라 명예퇴직 대상이 아닌 자에게도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총 116억원을 과다하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리후생비나 성과급 등에서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은은 선택적 복리후생비가 다른 국책은행보다 낮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선택적 복리후생비를 240만원이나 과다하게 인상(연간 일인당 140만원에서 380만원으로 인상, 인상률 171.4%)하고 인상된 복리후생비 전액을 급여성 경비에 해당하는 개인연금에 지원하는 등 연간 총 54억3000만원을 정규직 직원 모두에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은은 회사에 기여, 공적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단순히 장기근무했다는 사유만으로 매년 창립기념일에 30년 장기근속직원 모두에게 일인당 금 10돈을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등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03명에게 3억9200만원을 특별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정부 예산지침에는 실제 근무기간이 2개월 미만인 자에게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은은 학술연수 등 장기교육훈련을 받고 있는 근무기간 2개월 미만 직원 31명에게도 평가상여금 1억4500만원을 지급했으며 입영을 사유로 휴직한 직원은 직무에 종사지 않으므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입영휴가자 7명에게 총 1억5000만원 가까이 지급키도 했다.
임차사택 제도는 지방전보 등 사유가 아니면 무주택직원에게 적정 이자율로 임차사택 자금을 대출하도록 감사원이 처분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한은은 지방근무가 아닌 본부근무 직원 164명에게 무상으로 임차사택을 대여하고 있으며, 임직원이 부담해야 할 직원공동숙소 주택의 관리비 13억여 원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이렇듯 한은의 예산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방만한 운영에 대해서도 예산삭감 등 불이익을 주기 어려운 현행 제도의 개선을 위해 중립적인 국회나 감사원 등에 예산 심의를 맡기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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