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다시 불밝히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옥외조명의 강제소등 등을 담은 에너지소비 제한조치가 8개월만에 풀릴지 주목된다. 이 경우 기념탑, 분수대의 야간조명이 재개되고 대형마트, 건물, 유흥업소 등은 심야조명을 켤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동절기 에너지수급 여건을 감안해 유가하락에도 현 수준의 에너지경보단계와 소비제한 조치를 유지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98.67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0월 3일(97.41달러), 4일(96.76달러), 5일(97.08달러), 6일(98.67달러) 등 4일 연속 100달러 아래를 기록했다. 7일 거래되는 현물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5일 연속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다.
정부 매뉴얼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나 예비전력이 일정 요건을 5일 이상 유지할 때 관심→주의→경계→심각 등으로 올라간다. '관심'은 유가가 90∼100달러이거나 예비전력이 300만∼400만kW, '주의'는 유가 100∼130달러, 예비전력 200만∼300만kW, '경계'는 유가 130∼150달러, 예비전력 100만∼200만kW, '심각'은 유가 150달러 이상, 예비전력 100만kW 미만인 상황이 5일 이상 계속될 때 설정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5일 연속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자 자체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시켰다. 주의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지난 2월부터 공공부문은 기념탑, 분수대, 교량 등의 경관조명은 전면소등 조치됐고 백화점 대형마트는 영업외 시간에는 옥외야간조명을 켤 수 없게 됐다.
아파트 오피스텔의 경관조명, 금융기관, 대기업의 옥외 조명과 광고물 등은 밤 12시 이후에는 강제 소등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의 경우 새벽 2시 이후에는 무조건 불을 꺼왔다.공공부문은 자동차 5부제 실시가 강화되고 민간에서는 승용차 자발적 요일제(5부제)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따라서 에너지경보단계가 관심으로 한 단계 낮아지면 공공부문의 외부 경관조명이 부활되고 대형마트 유흥업소는 심야에도 조명을 켤 수 있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유가가 실제로 5일 연속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정부는 자체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유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경보단계를 현재의 주의단계로 유지하고 각 부문별 소비제한 조치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9.15정전대란이 전력사용량 폭주로 발생하고 에너지소비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경우 에너지 소비와 수입이 증가해 전력난 발생과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악화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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