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발표 이후에도 "아이폰5 케이스 사겠다" 문의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기대를 모았던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5’는 결국 발표되지 않았다. 4일(현지시간) 애플의 미디어 이벤트에서 보급형 아이폰4S가 공개된 가운데 아이폰5를 둘러싸고 난무했던 갖가지 추측과 루머 역시 허무한 신기루였음이 드러났다.
4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고급 스마트폰 케이스 전문메이커 하드캔디(Hard Candy)가 선행 생산한 ‘아이폰5’ 케이스 5만개는 졸지에 창고로 직행하는 신세가 됐다. ‘아이폰5’의 공개가 불발로 끝나면서 도면으로 나돌았던 디자인은 ‘베이퍼웨어(Vaporware, 수증기처럼 실체가 없는 가상 제품)’로 전락한 것이다.
하드캔디는 ‘아이폰5’로 알려진 신제품의 도면을 미리 입수하고 1만달러를 들여 금형을 완성했다. 4일 애플의 신제품 공개 전까지 가장 설득력있게 제시됐던 ‘아이패드2’를 축소한 것과 같은 물방울형 디자인이었다. 화면이 3.5인치에서 4인치 이상으로 커지고 단말기의 후면부분이 아이폰3처럼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더 얇아진 모양이다. 홈 버튼 역시 더 커졌다.
아이폰5의 예상 디자인을 바탕으로 케이스를 제작한 곳은 하드캔디뿐이 아니었다. 지난달 15일에는 미국 메이커 ‘케이스메이트’가 홈페이지에 아이폰5용 케이스 이미지를 잠시 노출시켰다가 이를 삭제했다. 의도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 공개된 이미지는 이와 유사했다.
7월 말부터 아이폰5로 추정되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케이스 시제품이 등장하면서 이같은 추측에 불을 지폈다. 영국 IT전문 매체 모바일펀(Mobilefun)은 중국 케이스제조업체로부터 목업(mockup, 실물크기 모형)을 입수했다는 그림을 실었고 블로그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일본 업체가 입수했다는 아이폰5 실리콘케이스 이미지를 공개했다. 애플 전문 매체 맥루머 등은 아이폰4 실물을 ‘아이폰5’ 케이스 시제품에 넣어 비교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드캔디는 사실 최근까지 케이스 제작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이 10월에 새 아이폰을 내놓는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한 뒤, 하드캔디는 케이스 시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다른 업체들처럼 애플과 계약한 중국 제조업체들로부터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했다. 하드캔디의 팀 힉먼 대표는 “앞서 아이폰4 출시 때에도 이 경로로 얻은 도면이 거의 정확했었다"고 말했다.
아이폰4가 출시됐던 지난해에는 시험용 제품이 직원의 실수로 유출되면서 실체가 확실히 드러났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경우에는 추측만 무성했을 뿐 정말로 애플의 아이폰5가 실제로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내놓은 것은 개량형 ‘아이폰4S’였고 케이스 업체들의 ‘베팅’은 허무하게 끝났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4S 발표를 통해 “아이폰5는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음에도 하드캔디에는 있지도 않은 아이폰5 케이스의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적어도 애플의 ‘팬’들은 디자인만 남은 ‘아이폰5’에 여전히 호감을 갖고 있는 셈이다. 힉먼 대표는 “어처구니없지만 어떻게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만큼 소비자들이 뭔가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아이폰5가 애플 ‘팬’들이 원하는 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출된 도면들이 대부분 같은 모양임을 들어 적어도 아이폰5의 시제품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며 2012년에는 그 실체가 더 드러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여전하다. 힉먼 대표는 ‘아이폰5’ 케이스 생산분을 판매하는 대신 홍콩에 있는 물류창고에 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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