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4분기가 열리자마자 '10월 위기설'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2008년 리먼 사태를 연상시키는 먹구름이 다시 글로벌 경제를 뒤덮은 모습이다. 8월부터 나돈 10월 위기설이 다시 힘을 얻는 것은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주요 일정이 몰려 있어서다. 이달 중순이면 국고가 바닥날 위기에 처한 그리스는 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결정할 유럽 재무장관회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ㆍ스페인ㆍ그리스ㆍ프랑스 등 4개국의 국채 규모가 952억유로에 이르고, 무디스의 이탈리아ㆍ스페인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평가도 이달 중에 나온다.
이런 판에 글로벌 재정위기의 진앙인 유럽은 물론 미국ㆍ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높은 실업률 속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금융 중심지 월가를 벗어나 미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9.9로 석 달 연속 경기 중립선인 50을 밑돌았다. 세계 경제를 떠받쳐온 3대 축인 미국ㆍ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휘청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벌써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역수지 흑자가 8월과 9월 두 달 연속 기대에 못미쳤고, 광공업생산도 7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8월에는 가까스로 흑자를 지켰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고 3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으로도 버텨내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미 국가부도 위험지수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한 달 새 크게 올라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프랑스보다 높아졌다.
이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괜찮다며 펀더멘털 타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 경제는 국민이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큼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말처럼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고 지나친 위기의식에 따른 과민반응은 금물이다. 국민이 자신감을 갖도록 하려면 정부가 물 샐 틈 없는 기민한 정책 대응으로 국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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