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 高물가 행진, 누구 책임인가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데스크칼럼] 高물가 행진, 누구 책임인가
AD

# 2008년 1월,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방학 특강을 마치고 돌아와 볼멘소리를 한다. "1000원 하던 떡볶이가 2000원으로 두 배나 올라버렸어요."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닥 물가는 이미 날뛰고 있었다.


# 2008년 4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금리는 낮을수록 좋다'는 지론을 펼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2.75%포인트나 벌어진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다."

# 2008년 4월,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한국은행을 압박한다. "앞으로 필요한 경우 열석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다. 적절한 시점에 금융통화위원회에 가겠다." 같은 날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더 노골적이다. "몸에 주는 피해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혈압(물가상승)보다는 출혈(경기침체)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를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 2008년 7월, 기준금리 인상에 11개월째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9%로 치솟았다.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물가가 4.3% 올랐다. 한은 목표치 4%를 훌쩍 넘었다. 이런 달이 이명박 정부 43개월 중에서 24개월이나 된다. 이쯤 되면 이 대통령은 벌써 한은을 찾아가 관련된 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호통을 쳤어야 했다. 일산경찰서에도, 금융감독원에도, 한국전력에도 가서 그렇게 했다. 성난 표정과 목소리가 안방까지 생생하게 방송되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고서.


요즘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은 사회를 승자와 패자로 가른다. '팔 물건'을 가진 자가 이득을 얻는 반면, 가진 게 노동력뿐인 자는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화폐 기능을 어지럽히는 것보다 더 분명하게 사회 기반을 전복시킬 수 있는 수단은 없다.(J M 케인즈)" 그래서 물가는 경제이면서 정치다.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 대통령이 뒤늦게 '서민'과 '물가'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다.(M 프리드먼)" 한은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유일한 기관인 이유다. 지난달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1.05%이다. 이 정부 들어서 기준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던 때는 5개월뿐이다. 정권 초기의 석 달을 빼면 이 정부 들어서 실질금리는 '거의 항상' 마이너스다.


정부는 해외 원자재 값이 올라서, 날씨가 나빠서 물가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다시 인용하건대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다.' 10원 오르고 말 것이 돈이 흔할 땐 그 이상 오른다. 지난 추석대목 때 서울의 휘발유 값만 유별나게 더 비쌌던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돈을 거의 공짜로 빌릴 수 있었던 이 정부 3년 반 동안 가계 빚으로 풀린 돈만 245조원이다.


'차기 대세론'의 꿈에 젖어 있다 요즘 셈법이 복잡해진 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은 총재 사표를 받을 판"이라고 따졌다. 정전사태 주무 장관도 8개월 만에 옷을 벗었으니까.


그러나 김중수 한은 총재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물가안정 최고 책임자로 내정됐던 지난해 3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성장도 해야 하고 물가도 걱정해야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는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며 대통령이 중심을 잡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노동의 대가로 분배받은 소득(비용자보수)은 528조원이다. 정부의 '선택'으로 더 오른 물가가 1%라고 가정할 경우, 그로 인해 지난해에 사라져 버린 가계소득은 5조2800억원이다. 그 밖에도 치른 비용이 더 있을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얻은 것도 있을 것이다. 누가 책임자인가. 이제라도 손익계산서를 내놓고 소통에 나서기 바란다.






안근모 기자 ahnk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