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바람'이 '조직'을 이겼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일으킨 돌풍을 업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3일 제1야당의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꺾고 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됐다.
박원순 후보는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통합후보 선출 경선에서 종합 52.15%를 얻어 45.57%를 기록한 박영선 후보 누르고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는 2.28%에 그쳤다.
박 후보는 앞서 실시한 TV 토론 배심원 평가에서 박영선 후보보다 10.3%포인트 앞섰다.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57.65%로 과반 이상 득표했다. 박영선 후보는 39.70%에 그쳤다.
국민참여경선에서는 선거인단 3만명 가운데 1만7878명이 참여한 가운데 박영선 후보가 9132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박 후보가 8279표, 최 후보가 467표를 기록했다.
◆박원순 '승리' 원인은= 박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으로 분석된다.
여당과 야당이 대립하고 갈등을 겪으면서 정적 중요한 민생현안은 표류해왔다. 기성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을 찾았던 유권자들이 안철수 교수의 등장에 환호했던 것도 이러한 같은 맥락이었다.
야권 지지층은 결국 정당정치의 변화에 대한 욕구에 맞물려 민주당 등 야당의 쇄신 요구가 이번 경선에서 표출된 것이다.
◆박원순, '안풍' 최대 수혜자= 박 후보의 단점은 낮은 인지도였다.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굵직한 사회활동을 해왔지만 대중적이지 못했다.
때문에 박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까지 지지율은 5~9%에 불과했다. 그가 폭발적인 지지율을 얻기 시작한 것은 안 교수가 출마를 양보하고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면서부터다.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은 파죽지세로 치솟았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해 야권의 어떤 후보보다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남은 과제..민주당 지지층 흡수, 여권 검증= 통합후보로 선출됐지만 지금까지 과정보다 남은 과제가 더 험준하다.
당장 민주당 지지층을 어떻게 우군으로 확보하느냐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진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유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경기도 지자체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반면, 도지사 선거는 패배한 것. 올 4월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제1야당의 당심을 어떻게 얻느냐가 필수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가 남아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야권 경선 과정에서 박원순 후보에 대한 검증은 느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야권의 주자가 결정된 만큼 한나라당의 공세는 민주당과 달리 치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박원순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박영선 후보가 됐다면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볼 만한 선거"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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