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최근 성장세로 돌아선 동부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30년에가까운 기간 동안 세 번의 위기를 딛고 일어선 김준기 회장의 뚝심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 첨단산업으로서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추진한 김 회장은 지난 1983년 미국 몬산토와 합작으로 국내 최초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전문업체인 코실(현 실트론)을 설립해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이어 1997년에는 동부전자(현 동부하이텍)를 설립해 IBM과 손잡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며 반도체 일괄생산사업의 꿈을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때 마침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로 6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상태에서 이를 중단했다.
김 회장은 반도체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사업 방향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했다. 2000년 상우공장을 완공한 동부전자는 2001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해 미국 9ㆍ11 테러가 발생하며 세계 IT 거품이 빠지고 반도체 30년 역사상 최대의 불황이 닥쳤다. 위기가 곧 기회라 여긴 김 회장은 2002년 지금의 부천공장인 아남반도체를 인수했고, 2004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병해 동부아남반도체를 출범시켰으며, 2005년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4000억원 매출에 4000억원 적자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됐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2007년 수익성이 좋은 농업부문, 합금철부문과 합병해 동부하이텍으로 재탄생했다. 회사는 사업이 안정화될 무렵인 2008년, 선진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또 한번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다.
생존을 위해 초비상경영에 들어간 동부하이텍은 2007년부터 사업방향을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특화 파운드리 분야로 선정하고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면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특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회사 수익성이 흑자로 돌아섰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