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이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뜨겁다. 온갖 스포일러가 난무하고 방청권 암표 사기까지 극성을 부린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나가수'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찾고 싶다.
첫째, '나가수'에서는 가수가 부르고 싶은 곡이 아닌 시청자가 듣고 싶은 곡을 불러야 한다. 즉, 생산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로는 '탈락' 시스템의 도입이다. '나가수'에서 탈락자는 아예 그 프로그램을 떠나야 한다. 출연자들은 탈락하지 않기 위해 속된 말로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객 감동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끊임없는 자기변신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했던 왕년에'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가 아니라 심지어는 바로 직전 경연의 결과도 큰 의미가 없다. 지난주에 1등을 한 가수가 이번 주에 꼴등을 한 경우도 있으며, 최종 경연 결과 탈락한 예도 있다. 소비자인 시청자의 판단은 무서울 만큼 냉정했다.
'나가수'가 사회ㆍ문화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면 경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산업 분야별로 손익계산이 활발히 진행 중이나 우리나라 여건상 농업 분야는 당장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현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나가수' 역시 처음에는 많은 가수들이 출연을 꺼렸다고 한다. 그러나 '나가수' 출신 가수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이제 가수라면 누구나 출연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나가수'를 통해 소위 재야의 고수나 얼굴 없는 가수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듯 'FTA'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이 세계무대로 당당히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가수'가 선택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껍질을 깎고 잘라서 먹는 우리나라에서는 크기가 큰 사과나 배가 비싸게 팔리지만 과일을 그냥 손에 들고 입으로 베어 먹는 국가에서는 큰 과일이 통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껍질째 먹는 배'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남들과 비슷한 품질의 상품을 만든다면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탈락할 수밖에 없다. '나가수'를 통해 재발견된 보물은 임재범씨와 김범수씨일 것이다. 그들 노래의 품질은 단연 최고다. 그러나 그 노래 실력에 그들의 굴곡진 인생 스토리가 덧씌워졌을 때 그들의 노래는 명품으로 완성되었다. 최고 품질의 곶감에 '곶감과 호랑이'를 뛰어넘는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우리 농산물 중에서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품목도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환경은 변화무쌍하며 소비자는 무서울 만큼 냉정하다. 당장은 경쟁력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 꼴등으로 곤두박질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나가수'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그렇듯이 고객의 트렌드에 맞춘 끊임없는 자기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단 농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한 단계 더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며 '나가수'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폴레옹은 왜 알프스를 넘었나?' 하는 질문에 '터널이 없어서'라고 동문서답하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들은 소비자를 감동시키기 위해 터널을 뚫고 있는데 우리는 '왕년에'만 믿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알프스를 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다.
문홍길 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