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병든 서민금융에 메스를 빼들었다. 오는 30일 출범예정인 저축은행 합동수사본부는 그간 한도초과 대출 등 사실상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다시피한 정황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운 것으로 보고 이들 대주주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사세확장과정에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일부 대주주들의 경우 명의만 바꿔 은행 자금을 계열사로 흘려보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불법대출 외에 배임ㆍ횡령 여부까지 파헤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한상대 검찰총장은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전국 26개 검찰청의 특수사건 전담 차장ㆍ부장 검사 47명을 한데 모아 "금융계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하며 범정부적인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청사에 설치될 합동수사본부는 검찰은 물론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저축은행 관련 유관기관이 범정부적으로 함께 나서 구성된다. 150명 안팎의 인원으로 꾸려질 합동수사본부는 오는 22일 구체적인 구성을 공개하고 30일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수사대상은 이미 진행 중인 저축은행 사건을 포함해 지난 18일 영업정지 조치된 7개 저축은행 중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조치한 에이스, 토마토, 제일, 대영, 파랑새 저축은행부터 적기 시정 조치를 유예 받은 검찰고발 대상 6개 저축은행까지다.
검찰 수사의 칼끝은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한도초과 대출 등 사실상 사금고처럼 운영해 온 정황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금감원의 고발수사를 기점으로 대주주에 대한 불법대출 여부를 캐면서 대주주 개인의 배임, 횡령 등 여죄가 발견되는 대로 수사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당장 18일 영업정지 조치된 저축은행 7곳 중 금감원 고발대상에 오른 한 곳의 경우 지분 55%를 보유한 대주주 A씨가 2002년 5월 경기도의 한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저축은행 외에 2~3개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골프장을 포함한 A씨 보유 업체들은 그의 일가족이 주요 임원으로 대거 포진한 족벌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사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만큼 이 은행 돈이 A씨 측에 부당하게 흘러들어갔거나 A씨 영향력 아래에서 유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금흐름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속기소된 다른 저축은행 대주주 B씨의 경우 제주도의 리조트 업체를 인수코자 다른 업체 2곳의 명의를 빌려 저축은행으로부터 189억여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처럼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주주에 대한 한도초과 대출 혐의가 밝혀질 경우 해당 대주주는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으로 다뤄지게 된다.
검찰은 한도초과 대출 외에도 배임ㆍ횡령 등 개인 비리가 발견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추가기소해 저축은행의 환부를 도려낸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모든 기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해 부산저축은행때보다 훨씬 기민한 대응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서민금융에 대한 부정과 비리를 뿌리째 뽑는 수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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