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8대 마지막 국감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여야 대선후보들이다. 17대 대선을 1년 정도 남기고 열리는 이번 국감은 지금껏 그들이 고민해 온 정책기조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그들의 정책 방향 제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언론은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사화한다. 여야 잠룡들의 국감 화두는 복지(박근혜ㆍ손학규)와 대북정책(정몽준ㆍ이회창) 등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구체적인 수치와 해법을 제시하며 박근혜식 복지의 그림을 선보였다. 기획재정위 소속으로 이틀째 과천정부청사를 찾은 박 전대표는 20일 세제분야 국정감사 질의에서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여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 향후 복지수요 대응방향으로 지출과 세입 균형이 중요하다"며 "복지,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에 대해 일괄적으로 10% 축소하고, SOC 투자에서 추가로 10% 축소하는 등 세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SOC 투자인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사석에서 이런 시각을 내비쳤다는 얘기는 종종 측근들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나 우회적으로라도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세입 증대를 위한 비과세 감면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비과세 감면은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을 누린다"며 "해외 각국의 재정 건전화 성공사례를 보면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증가를 6대4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박 전 대표와 함께 기재위에 소속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복지와 균형재정을 거론했다. 큰 틀에선 방향을 같이 한 셈이지만 방법론이 달랐다. 손 대표는 균형재정을 위해 지출을 줄이기보다 조세부담률을 인상해야한다는 공세적 자세를 취했다.
손 대표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에 상응한 투자 증가가 이뤄졌나.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 그에 상응하는 소득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왔나"라고 반문하며 "복지확대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19.3%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부자감세 이전인 2007년의 21~22%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대신 조세 부담을 높여나가는 게 신뢰받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통일부를 상대로 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감장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전술핵 보유'를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역대정부는 아웅산테러, KAL기폭파와 같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우리를 두려워할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대화도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자위수단인 전술핵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역시 강경한 대북기조를 유지해야한다고 했다. 같은 외통위 소속인 이 전 대표는 "(천안함 사건 등) 남북경색이 생긴 원인이 북한 측의 소행 때문에 나왔는데 거기에 대응한 이명박 정권의 강경 정책이 마치 원인인 것처럼 말하면서, 먼저 이쪽에서 (유연한 자세로)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과거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와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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