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욱 한국바스프 회장 30일 퇴임
1981년 입사 30년 석유화학 '외길'
"새 회장이 더 주목받길" 겸손한 마무리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시원하겠다는 분도 밉고, 섭섭하겠다던 사람도 밉더군요." 전화기 너머 그는 30년 정든 회사를 떠난다는 마음을 쉽게 풀지 못했다.
28살 청운의 꿈을 안고 당시로선 낯선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 청년이 이제는 환갑을 앞두고 있다. 14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그는 "뒤에 오는 신임 회장을 잘 대해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석유화학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진욱 한국바스프 회장이 다음달1일 30년만에 회사를 떠난다. 1981년 한국바스프에 입사한 그는 2006년7월 회장에 올라 5년넘게 회사를 이끌며 '화학업계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었다.
한국바스프는 독일계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자회사로 1954년 한국에 진출했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국내 10대 화학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조 회장은 이러한 한국바스프의 성장을 견인한 산증인이다. 그가 회장을 맡았던 2006년 한국바스프는 매출액 1조5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조4000억원대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주인정신을 강조해왔다. "어떤 업무도 실무 담당자가 제일 잘 알고 또 소신있게 처리하여야 한다"며 자신감과 책임감을 심어줬다.
이를 위해 위계질서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한국식 문화를 과감하게 없애고, 영업사원들이 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 불필요한 서류작업 등을 줄이도록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솔직한 성격의 그는 한국바스프의 단단한 노사 관계 구축에도 큰 역할을 했다. 꾸준히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신뢰를 만들었다.
그 결과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회사에 일임하고 상호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노사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외국기업 최초였다. 최근에는 코어타임근무제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화학을 전공한 그는 화학제품을 건설,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다. 건설기술연구원, 현대자동차 등이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
아울러 국내 6개 공장의 환경개선을 위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설비투자 금액의 15%를 투자했다. 공장 환경안전에 대한 동종업계의 모범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자 그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며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떠나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멋쩍게 웃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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