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단말기 제조사에 과징금 부과 통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업체와 통신업체의 보조금 지급 행태를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로 규정,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쟁 활성화를 위해 일몰된 보조금 지급 금지제도가 사실상 부활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보조금 지급 행태가 제품 마다 다르고 시기에 따라 액수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특정 경쟁사의 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우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업체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휴대폰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15일 "추석 직전인 9일 공정위가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를 적용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의견서 제출이 없을 경우 바로 과징금 부과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해당 업체들이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각사에 보낸 공문은 총 100여 페이지로 그동안 휴대폰 업체들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왔으며 이는 불법 행위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 광고를 만들면서 실제보다 과도하게 성능을 강조해 과장 광고를 집행했다는 혐의도 적시돼 있다.
공정위는 이통 3사의 보조금 지급 조사 결과도 이달 중 전달할 예정이다. 이통 3사 역시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가 적용된다. 번호이동이나 신규 가입자들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온 행위가 경쟁사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해온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휴대폰 일련번호를 관리하면서 휴대폰 업체들이 일련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휴대폰을 별도 유통하는 것을 막아온 행위에는 '우월적 지위 남용'을 적용하기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휴대폰 업체의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향후 휴대폰 업체와 통신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금이 제한될 전망이다. 이 경우 단말기 출고가 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보조금이 줄어들어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질 수도 있다.
휴대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애플을 비롯한 외산 스마트폰과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정위의 보조금 제한 조치는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면서 "이미 일몰된 보조금 지급 금지 조치가 사실상 다시 생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05년 보조금 규제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것과 전면 배치되는 데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5년 정통부, 재경부, 공정위 3개 부처가 보조금 규제를 놓고 이견을 벌였을 당시 소비자를 양분하고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반대했다. 아예 보조금과 관련된 규제를 일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휴대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휴대폰 보조금이 금지돼 있을 때는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반대해오다가 이제서야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며 나서고 있다"면서 "공정위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선 셈"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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