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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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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저장·선별·가공 전용공간
2012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 건립
명절 앞두고 과일·야채 포장에 열기 후끈
산지 매입·소매 유통 2단계 단축
물가·수급 안정 거점 역할

"꼭지 부분을 옆으로 뉘어서 11시 방향으로 담으세요."


설 연휴를 열흘 앞둔 지난 17일 오전. 이마트가 경기 이천시에서 운영하는 농산물 가공 전용 건물 '후레쉬센터' 3층의 과일 선별장에 들어서자 중년의 여성 작업자들이 2~3명씩 짝을 지어 사과를 박스에 담고 있었다. 경북 청송 등 주요 산지에서 온 사과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흰색 그물망에 넣어 1박스 12개들이로 포장하는 업무였다. 작업자는 "11시 방향으로 사과를 줄지어 담는 것이 미관상 가장 보기 좋다"고 설명했다.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체리를 선별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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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레인에서는 설 선물용으로 출하하는 과일 혼합세트 포장이 한창이었다. 애플망고, 샤인머스캣, 사과 등 2~3가지 과일을 박스 하나에 담아내고 있었다. 통상 제수용으로는 사과와 배를 한 세트로 구성한 상품이 많이 팔린다. 하지만 올해는 배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급이 원활한 과일로 대체했다. 한편에서는 전날부터 나흘간 최대 50% 할인 행사에 들어간 체리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작업자 여러 명이 달라붙어 검붉은 체리 중 상처가 난 열매를 빠른 속도로 골라냈다.


농산물 가격 안정 기여

이마트가 국내 대형마트 중 최초로 2012년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후레쉬센터는 '이마트 신선식품의 심장'으로 통한다. 과일과 채소 등 60여개 품목을 산지로부터 매입해 비축하거나 선별·가공 작업을 거친 뒤 창고형 매장(트레이더스), 대형마트(이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주요 판매 채널에 공급하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중 대목으로 꼽히는 명절을 앞둔 터라 이날 아침 최저 기온 영하 5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각종 야채와 과일을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센터 내부는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반소매를 입고 작업하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허치훈 이마트 후레쉬센터장은 "통상 근무시간은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5시 20분이지만 최근에는 명절 상품 수요가 늘어 오후 10~11시까지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사과 선물세트 포장을 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이마트 후레쉬센터 저장고에 양파가 보관돼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지하 1층·지상 6층, 연면적 4만6281㎡(약 1만4000평) 규모의 시설에 농산물 저장, 선별 포장·가공, 입출하까지 한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장마와 폭염, 태풍, 한파 등 기상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농산물의 수급과 가격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상 국내 농산물 유통은 산지 생산자부터 소매시장까지 4~5단계를 거치는데, 이마트는 이를 2단계로 줄였다. 후레쉬센터에서 산지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을 대량으로 직매입한 뒤 이듬해 햇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저장고에 보관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마트와 슈퍼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저장고 온도는 상품에 따라 0~10도, 습도는 70%가량으로 맞춘다.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하고 수확 시와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낮은 온도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기법을 적용했다.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작업자들이 깐마늘을 선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대표 상품의 보관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센터 5층의 양파 저장고 문을 열자 냉기와 함께 갓 수확한 양파에서 나는 특유의 톡 쏘는 향과 흙냄새가 밀려왔다. 김동현 품질팀 총괄은 "양파 수확량이 많은 지난해 6월부터 저장고에 보관해온 물량이 1200t가량 된다"며 "이달 저렴한 가격에 출하량을 늘려 대부분의 물량을 소진하고 200t가량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감자와 고구마, 마늘 등의 채소류도 제철에 물량을 비축한 뒤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산지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상품을 큐어링(작물의 상처가 난 곳을 세척하거나 손질하는 등의 전처리 과정)한 뒤 후레쉬센터에 구축한 선별·가공 시스템을 거쳐 소매용 단위로 포장해 출하한다.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농산물 매입·물류 허브

후레쉬센터 내 선별과 포장 등의 업무 대부분은 기계 대신 수작업 의존도가 높다. 부패, 오염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상품을 선별하고 비닐 포장된 상품을 박스에 옮겨 이동하는 등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성찬 상품팀 총괄은 "지게차로 상품을 옮기기 전 대형 플라스틱 박스가 넘어지지 않도록 랩으로 감싸는 일을 작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꺼렸다"며 "최근에는 기계로 이들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야채와 과일을 포장하는 작업장 한편에서는 트레일러 모양의 기계가 성인 키만 한 랩으로 플라스틱 박스 주변을 여러 차례 돌며 '래핑(wrapping)'을 하고 있었다.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작업자가 업무 시작에 앞서 에어샤워실을 이용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신선식품을 다루는 곳인 만큼 위생 관리도 엄격하다. 특히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통과한 제조 시설구역에서 업무를 하려면 전용 작업복에 장화를 신고, 손 씻기와 에어 샤워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각 판매 채널별 규격에 맞춰 포장된 상품들은 하역장에서 5t 트럭에 실려 대구, 시화, 여주 등 3개 권역으로 나뉜 물류센터로 이동한다. 이곳을 통해 전국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등으로 상품을 운반한다. 이처럼 농산물 매입과 물류의 허브 역할을 고려해 전국을 기준으로 중간 지점인 이천에 후레쉬센터를 건립했다.


[르포]'손으로 한알 한알'…설 대목 앞 선물 포장 분주한 이마트 '신선의 심장'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포도를 선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곳에서 장기 비축할 수 있는 용량은 과일 3000t, 채소 5000t 규모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행사 상품인 600g짜리 체리는 하루 평균 1만팩을 만들었다. 또 1㎏짜리 감자는 약 6000개, 깐마늘은 300g 기준 8000개, 다진마늘은 200g 기준 5000개, 대파는 1㎏ 기준 2만2000개가량을 포장했다.



김보연 생산팀(채소팀) 파트너는 "크기가 매우 작은 감자나 표면에 상처가 난 마늘 등은 이전까지 상품성이 없다고 여겼다"면서 "이를 한입감자나 다진마늘 등으로 재상품화해 버려지는 식자재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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