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시장을 무시하고 기업을 옥죄는 보건복지부의 행태가 지나치다. 정책이 옳으냐 아니냐와는 별개 문제다.
최근 복지부 실무자들은 몇몇 제약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제약사 홈페이지에 '팝업'이 떠있게 된 경위를 물었다. 제약사들은 팝업에 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 정책의 문제점을 정리해 올려놨다. 전화 후 팝업은 삭제됐다.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나"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이런 취재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답변을 꺼린다.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슈퍼을'의 비애다.
여론 형성에 있어 정부는 기업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장관의 발표는 수분 내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오르지만, 제약사들의 '항변'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언론이 균형을 잡아준다 해도 대개 정부쪽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다.
그들도 자신을 변호할 권리가 있음은 당연하다. 기껏 생각해 낸 것이 방문자도 드문 제약사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띄우는 수준이라면 변호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그마저도 막아야겠다는 게 이 정부 생각이다.
복지부의 '약자 괴롭히기'는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반복돼왔다. 지난달 박카스 등의 슈퍼판매를 허용하면서 제약사에게 협조를 강요한 일도 그렇다.
당시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실무진은 제약사 공장 18곳을 실사했다. "생산에 애로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제약사 관계자는 "조기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복지부의 처신이 적절한지는 26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복지부가 기업에 과도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아제약과 훼미리마트 대표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좋은 정책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에 협조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강요가 되어선 곤란하다. 협박은 말할 것도 없다. 정책이 현실에 들어왔을 때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국민이 살펴볼 기회를 없앨 수 있어서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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