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성장과 감세'로 압축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노선인 'MB노믹스'가 사실상 좌초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간 '감세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공언해 왔지만, 코앞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대선을 의식한 한나라당의 줄기찬 요구에 결국 정부가 굴복했다.
감세와 반시장적 규제철폐를 핵심정책으로 삼아온 MB노믹스는 7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 후 그간 법인·소득세 감세 철회 불가 및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폐지를 공언해왔지만,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감세 기조가 철회됐고, 대표적 징벌적 과세로 평가받은 양도세 중과세율 부과제도는 폐지되지 않았다.
정부는 정권출범 이후부터 줄곧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법인세·소득세를 내려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일반인에게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실물경기에서는 윗목의 감세 효과가 아랫목까지 내려오지 않는 간극이 벌어졌고, 정치권의 복지 표퓰리즘 요구와 글로벌 재정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MB노믹스'의 철회를 불러오게 됐다.
감세 기조 철회 및 양도세 중과세율 폐지를 철회한 배경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서민과 중산층 복지재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했다는 것이 정황상 더 적절하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7일 고위당정협의를 마치고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내가 추가감세 철회 안 받으면 세제당정을 못한다고 압박해서 받아낸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정권 말기 정부의 핵심정책기조가 흔들릴 경우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8·15 경축사 이후 정부의 정책이 상생협력으로 이동한 이후 규제개혁은 사라지고, 감세기조도 철회됐다"면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정책일관성이 떨어져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