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긴축재정안 표류로 다시 재정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부가가치세(VAT)를 인상하고 부유세도 신설해 세수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중도우파 연립정부는 6일(현지시간) 예산감축에 따른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 20%에서 21%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간소득 50만유로 이상 부유층에 3%의 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여성 퇴직연령을 늦춰 연금 수령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은 국내 반발 여론에 밀려 455억 유로 규모의 긴축재정안 내용을 소폭 수정하기로 동의했다.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고 지방정부 지원금 축소 규모도 줄이는 쪽으로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탈리아 최대 노동조합인 이탈리아노동총동맹(CGIL)은 6일 하루 연금개혁 등 긴축계획에 반대하는 8시간 총파업을 실시했다. 또 부유층과 재계도 소득세 인상과 규제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6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5.65%까지 상승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거래일 연속 올라 유로존 도입 이후 최장기간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금리는 450.82로 치솟았다. 이탈리아 밀라노주식시장 MIB지수는 2% 하락한 1만4049.71에 마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 국채신용등급을 하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무디스가 지난 6월 현재 ‘Aa2’인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우려를 더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내 3위 경제규모 국가로 재정적자 위기가 전이될 경우 그 여파는 그리스·포르투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은행권이 이탈리아 국채를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섰던 유럽중앙은행(ECB)은 긴축재정안 통과가 난항을 겪으면 국채매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둘러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 나선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6일 내각을 소집해 긴축안 통과 준비를 논의하는 한편 상원에 긴축재정안을 제출했다. 상원은 표결에 앞서 베를루스코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한다. 20일로 예정된 하원 표결에서도 가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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