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유럽 재정위기가 예상 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어 코스피를 장부가치 이하로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배율) 1배는 1650선이다.
7일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의 1700선 이하 추락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은 유럽 금융상황"이라며 "유럽 각국의 신용경색이 확산되어 금융의 중개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 기업 자산의 적정가치는 의미를 상실한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을 회수해 가면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정 가치 이하로 자산을 현금화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최근 코스피 하단을 지지했던 'PBR 1배' 논리는 힘을 잃게 된다. 코스피 주식이 자산 가치에 비해 너무 싸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
그는 "당초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9월에 집중되어 있는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유럽중앙은행(ECB) 개입으로 무난하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지금 유럽 금융기관의 신용은 주춧돌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스는 현재 자국민의 증세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재정개혁안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 집권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유로존 국가들의 지원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여키로 했던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율은 당초 계획인 90%에 크게 하회하는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팀장은 "이에 그리스 문제를 미국 리먼 브라더스처럼 시장 원리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그리스가 디폴트(국가 부도)에 이르게 되면 은행별로 그리스 국채 익스포져에 따라 손실이 확정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산건전성 유지를 위해 능력껏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에 성공하지 못하는 은행은 퇴출될 수 있다.
그리스 디폴트로 인한 신용경색은 유럽 금융권 및 미국 금융권을 뒤흔들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신용경색은 실물 경기 위축까지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는 유럽 위기에 비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미국 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는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잘 나오면 더블딥이 아니라는 낙관이 힘을 얻고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더블딥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이 힘을 발휘하는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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