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바야흐로 '안철수 신드롬'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공식 출마 선언도 하지도 않았지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로 독주한 것은 물론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명숙 전 총리 등 여야 유력후보와의 3자 가상대결에서는 50%를 넘어섰다.
오늘 당장 서울시장 보선이 치러진다면 안 교수의 당선은 확실해보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서울시의 무상급식주민투표에 이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돈거래 의혹 등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적지 않다"며 "중도층 거의 대부분이 외부 인사를 원하며 이는 안철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 교수가 서울시청으로 가는 길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겨져있다.
안 교수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무소속'이라는 한계다. 여야 정치권은 그동안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 안 교수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안 교수는 순수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는 현실 정치다. 무소속 후보의 경우 조직과 자금에서 기존 정당보다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와 관련, 4일 본인의 트위터에 "무소속으로 당선되기 쉽지 않죠"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선거국면에서 거대 조직을 갖춘 여야의 유력 후보와 싸워야 하는 무소속 후보의 한계는 뚜렷하고 극복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
또 정치권의 견제가 본격화될 경우 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다. 이택수 대표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역시 취임 전에 높은 경향이 있다"며 "출마 선언을 하고 나면 지지율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안 교수의 초반 독주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가 50일 남았는데 이것이 지지율로 꼭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초반에는 무소속 박찬종 당시 의원이 압도적이었지만 지지층이 결속하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현 지지율은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는 것.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안 교수와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무소속 출마를 통한 자력 당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마지막으로 투표율의 문제다. 젊은층은 안 교수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살인적 등록금과 청년실업에 허우적거리는 20대는 물론 결혼·주택·보육·교육 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30·40대는 기성 정치권에 극도의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 교수는 "서울시장은 정치인보다는 행정가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제3의 길을 제시했다. 각종 선거에서 투표 참여를 망설여왔던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달려갈 경우 안철수 서울시장은 가능성이 아닌 현실이 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중무장한 젊은층의 투표 참여 열기는 이미 지난 4.27 분당을 재보선에서 증명됐다. 문제는 중장년층보다 저조한 젊은층의 투표율이다. 특히 10.26 서울시장 보선 투표는 평일에 이뤄진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돌풍은 안 교수가 단순히 새롭고 깨끗한 인물이라는 점을 넘어 인품에 대한 사회적 존경의 의미도 있다"며 "선거전이 다가오면 검증작업도 본격화되겠지만 현 1위 구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곤 기자 skze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