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가을 옷이 실종됐다. 올해 유독 두드러진 이상기후 때문에 패션업체들의 가을 옷 생산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늦더위가 이어졌지만 이제 와서 여름 옷을 사는 사람은 없고, 가을 옷 팔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업체들은 빨리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 신원은 올해 가을 생품 생산량이 5년 전 대비 50%가량 줄었다.
신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계절이 이계절화되면서 가을 물량이 줄었는데 날씨도 이렇다 보니 추가로 가을 옷을 생산하려던 것을 접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의 패션업체들이 판매추이를 보고 반응 생산을 하고 있다”며 “가을 옷 생산은 현저히 줄고 겨울 옷 생산은 조금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도 같은 기간 가을 상품 생산량이 30% 정도 감소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도 많이 더워져서 가을 옷보다는 반팔 피케티셔츠(폴로티)나 원피스가 팔리고 있다”면서 “대부분 가을 상품은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팔리는데, 8월 말에도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반팔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체의 가을 옷 생산 감소는 계절의 영향 때문이다. 최근 사계절의 개념이 사라지고 간절기 의류가 간소화되는 추세인 데다 특히 올해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가을 옷 생산을 줄이고 겨울 옷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대기업 협력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이상 기후 때문에 가을 옷을 거의 찍지 못했다”면서 “여름에는 비만 내리고 가을은 여름처럼 늘어져 가을 옷 생산을 건너뛰고 바로 겨울 생산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트렌치코트 등 기본 아이템만을 생산하고 유행에 민감한 의류 등은 스폿생산 혹은 재주문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계절이 계절다워야 옷이 팔리는데 요즘은 날씨를 종잡을 수 없어서 옷 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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