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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세계 육상, 첫 판에서 명암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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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평창이 삼수 끝에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삼세번이라는 말이 새삼 유행했다. 그러나 아니다. 첫판에 끝내야 한다. 그리고 첫판이 중요하다. 4일 막을 내린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달 28일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불발탄을 쏘고 말았다. 100m 세계 최고 기록(9초58) 보유자인 볼트는 100m 결승에서 5번 레인을 배정 받아 출발 총성을 기다렸다. 그러나 볼트는 긴장이 지나쳐서 총성이 울리기 전 눈에 띌 정도로 빨리 스타트 블록을 박차고 나갔다. 스스로도 알 정도로 이른 출발이었다.

지난해 1월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첫 번째 부정 출발 선수를 곧바로 실격 처리한다는 규정을 만든 뒤 이 규정이 처음으로 적용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볼트는 뛰어보지도 못하고 대회 2연속 3관왕의 꿈을 날려 버렸다. 이전 규정에서는 첫 번째 부정 출발이 용인됐다.


첫 부정 출발 선수를 그대로 실격 처리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곧 다가올 메이저 대회인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조직위원장인 세바스찬 코의 생각은 단호하다. 출발도 레이스의 일부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라면 그 정도의 압박감은 이겨 내야 한다는 게 코 위원장의 주장이다. 코 위원장은 "비싼 돈을 내고 찾아간 프로 복싱 타이틀 매치에서 1라운드에 승부가 날 수도 있고 월드컵 결승전에서 (리오넬) 메시가 10분 만에 퇴장당할 수도 있는 게 스포츠"라는 재미있는 비유를 했다.


코 위원장은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을 풍미한 남자 육상 중거리의 전설이다. 같은 나라의 스티브 오베트와 육상 중거리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800m에서 오베트와 코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고 1500m에서는 코가 금메달, 오베트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같은 대회 100m와 200m에서는 앨런 웰스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데일리 톰슨은 10종경기 정상에 올랐으며 그레이 오크스는 400m허들에서 동메달 레이스를 펼쳤다.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육상 강국 미국이 불참하긴 했지만 출전했어도 경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육상의 전성기였다.


같은 날 여자멀리뛰기에서 미국의 브리트니 리즈는 첫 시기에 6m82를 뛰어 우승했다. 나머지 5번의 시기는 모조리 파울이었다. 한번에 끝내 버렸다. 예선에서 6m86을 기록해 1위로 결승에 오른 브라질의 모렌 마기는 첫 두 차례 시기에서 연달아 파울을 하더니 3차 시기에서 6m17의 부진한 기록으로 12명의 결승 진출자 가운데 11위에 그쳤다. 첫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다.

하루의 휴식일을 갖고 속행된 지난 1일 경기 가운데 남자 높이뛰기는 육상 강국 미국과 러시아의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제시 윌리엄스와 러시아의 알렉세이 드미트릭이 똑같이 2m35를 넘었다. 2m20부터 시작한 윌리엄스는 이후 2m25, 29, 32, 35를 모두 1차 시기에 성공했다. 드미트릭은 2m29, 32, 35를 2차 시기에 넘었다. 2m37에서는 두 선수 모두 3차례 시기를 실패했다. 따라서 금메달 기록은 2m35가 됐고 이 높이를 1차 시기에서 뛰어넘은 윌리엄스가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남자 높이뛰기는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1993년에 세운 2m45가 18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도 이 기록에 10cm나 미치지 못했지만 역시 첫판이 중요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미국의 리차드 포스베리가 배면도를 선보인 이후 높이뛰기기록은 급격히 향상됐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온 듯하다.


같은 날 여자 세단뛰기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올라 살라두하가 14m94를 뛰어 카자흐스탄의 올가 리파코바(14m89)를 제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살라두하는 첫 시기에 우승 기록을 뛰었다. 두 번째 시기에서는 6위 이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3m대 기록을 냈고 5번째 시기에서는 14m22(8위 해당 기록)를 뛰는 등 1차 시기 이후 난조를 보였지만 첫판, 단 한번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은 4m30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기록(5m06) 보유자인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4m30, 45, 55를 건너뛰고 호기 있게 곧바로 4m65에 도전했고 너끈히 바를 넘었다. 그러나 4m70을 건너뛰고 두 번째로 도전한 4m75를 1차 시기에서 실패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 금메달)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러시아, 동메달), 마르티나 슈트루츠(독일, 은메달) 등 경쟁자들이 4m75에 차례로 성공하면서 이신바예바는 쫓겼고 곧바로 4m80으로 바를 올려 2차 시기에 도전했지만 올라갈 때 허벅지가 바에 걸려 실패했다. 무레르(2차 시기)와 슈트루츠(1차 시기)가 4m80에 성공하면서 이신바예바는 벼랑 끝으로 몰렸고 3차 시기에서는 아예 하늘로 솟아오르지도 못하고 경기를 끝냈다.


이 모두 첫판과 관련된 일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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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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