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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 그림자①]전시행정이 괴로운 학생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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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치러지고 있는 대구 스타디움. 경기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관중으로 북적인다. 선수, 외신이 모두 놀랄 정도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일까지 총 관중 수는 311,062명. 좌석 점유율은 88.67%에 이른다. 2007 오사카대회(254,399명)를 넘어 2009 베를린대회(약 397,000명)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대다수가 자발적인 참여와 거리가 멀다. 반강제적으로 동원됐다.


29일 오후 1시 대구 스타디움. 섭씨 30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경기장 밖 공원은 인파로 넘쳐났다. 대다수는 인근 학교 학생들이었다. 모두 오전 경기 관람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었다. 그런데 그 과정은 꽤 험난했다. 수성구 대흥동 504번지에 위치한 대구 스타디움은 산과 도로에 둘러싸여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2km 이상을 걸어야만 한다. 버스노선도 편성에서 거의 제외돼 있다. 대구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정순국 씨는 “택시도 거의 오지 않는 외진 곳”이라고 대구 스타디움을 설명했다.

조직위원회는 교통 해소를 위해 대회기간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그러나 운행되는 차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차하는 버스마다 학생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버스기사들이 사고 방지를 위해 출입문을 열지 않은 채 줄을 설 것을 당부할 정도다. 하지만 기사들은 학생들을 탓하지 않는다. 어느 기사는 “애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잘못된 관중 동원을 시도하는 어른들이 문제”라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기사도 “전시행정 때문에 땡볕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들의 눈에 학생들의 참여가 전시행정으로 비춰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위원회와 대구시교육청은 이번 대회를 맞아 경기관람 현장학습을 내세운 ‘꿈나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은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아야만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S중학교 김 모 군은 “선생님이 강제로 돈을 걷어 오게 됐다”며 “왜 땡볕에서 박수를 치게 하는지 모르겠다. 짜증만 난다”고 말했다. B중학교 안 모 군도 “억지로 끌려오게 됐다”며 “차라리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D중학교 김 모 양은 “집에 빨리 가고 싶다”며 친구들과 함께 주저앉아 울먹이기까지 했다.


경기장에서 눈물까지 보인 건 관람이 결코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예선으로만 이뤄진 오전 경기를 지켜봤다. 배치된 좌석은 동, 남, 북 쪽 방향. 자리는 서쪽과 달리 햇볕에 그대로 노출됐다. 혹여 그늘진 자리가 생겨도 학생들은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었다. 인솔교사들이 대형유지를 위해 이탈하지 말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1시간가량 흐르자 이내 지친 학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화장실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이들은 경기장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핸드폰 게임을 즐겼다. 책을 펴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날 때쯤에는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며 마중을 부탁했다.


인솔교사들은 경기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좌석에서 이탈한 학생들을 나무랐다. 혼을 내면서도 이들은 제자들을 안쓰러워했다. S중학교 한 교사는 “진짜 할 짓이 못 된다”며 “조직위원회와 대구시교육청이 애꿎은 애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D중학교 교사도 “육상 인기도 높지도 않은 나라에서 왜 아이들에게 (‘꿈나무 프로젝트’는 걸 내세워) 불확실한 미래를 강요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경기가 끝나자 학생들은 썰물처럼 관중석을 빠져나갔다. 경기장 주변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셔틀버스를 빨리 타기 위한 학생들의 한바탕 질주가 벌어졌다. 경쟁을 포기한 학생들은 서너 명씩 짝을 지어 도로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그러나 도로를 달리는 택시는 거의 없었고, 겨우 세워도 외국인을 먼저 태우려는 자원봉사자의 지나친 배려에 양보를 해야 했다. 결국 많은 학생들은 무더위 속에서 2km 이상을 걸어야 했고 육상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만 가슴에 떠안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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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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