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그룹의 발빠른 유통혁신·세심한 공정관리
지난달 26일 부산광역시 도심. 부산역에서 차로 40분 남짓 달렸다. 나란히 위치한 11층 건물과 8층짜리 평범한 건물. 여기가 바로 국민 브랜드 ‘인디안’을 탄생시킨 국내 패션 대표 기업 세정그룹의 본사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세정갤러리(sejung gallery)’란 사인물이 붙어 있다. 2층 높이. 전면 통유리에 곡선형 디자인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의류 제품들이 디스플레이 돼 있는 것을 보니 매장인 듯 보였다. 우선 내부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본사 10층 회장실에서 박순호 회장을 인터뷰 했다. 1시간여 후, 박 회장의 사진 촬영을 위해 세정갤러리를 찾았다. 인터뷰에 동행한 이 회사의 김미영 광고홍보팀 대리에게 갤러리 소개를 요청했다.
그는 “이곳은 120평 규모로 세정 브랜드의 신제품과 시즌별 콘셉트 및 스타일링 등을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 김 대리는 “세정의 주요 브랜드인 인디안의 정장과 캐주얼 라인, 여성복인 ‘올리비아 로렌’과 함께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의 제품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폴의 경우 ‘도시에서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TV드라마 ‘동안미녀’에도 등장, 출시 3개월 만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이외에도 세정의 인기 패션 브랜드는 여성복 ‘앤섬’, 영캐주얼 ‘NII’, 스타일리시 캐주얼 ‘크리스.크리스티’, 남성 토털 ‘트레몰로’뿐 아니라 ‘폴베이’ ‘런딕’ ‘앤클리프’ ‘디바인햇’ ‘켈리포드’ 등 할인점 및 홈쇼핑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모두 국산 브랜드인데 수입 브랜드의 공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경쟁력은 선도적인 유통 혁신에서 찾을 수 있다.
세정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수송의 일관화를 꾀하는 유닛로드 시스템(Unit Load System)을 추진했다. 단독으로 대형 물류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국내 의류 업계의 물류 혁신 바람을 일으켰다.
전년 동기 대비 매년 15%씩 증가하는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기존 창고 대비 보관 효율이 4배 이상 높아졌다. 또 창고 관리시스템과 전국 1000여 개 대리점을 연결하는 쌍방향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 후 대리점까지 24시간 이내 출고하는 일일배송 체계를 갖췄다.
주목되는 또 한 가지. 인건비가 싼 해외 공장 이전이 대세인 요즘도 티셔츠와 스웨터 등 주력 제품 공장을 그대로 부산에 두고 있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고 관리하는 것이 품질과 브랜드 로열티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세정은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최근 패스트패션 트렌드에 따라 내년 봄 시즌 1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 이쯤에서 잠깐, 세정그룹은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그동안 패션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울로 본사를 옮길 법도 한데 계속 부산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대리는 “부산에 패션 회사들이 꽤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하지만 요즘은 정보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 지방에서도 사업하기 수월하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사업하려면 꼭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단다. 회사를 일군 터전인 부산 경남지역 고객에 대한 보답의 뜻이기도 했다.
현재 세정그룹은 패션뿐 아니라 세정건설, 세정I&C, 청도세정악기 등 10개 계열사를 통해 유통, 건설, IT, 악기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향후 생활문화 전문기업으로 도약, 2015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순호 회장의 성공 방정식 말·말·말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새겨라
모든 성공은 자신에 대한, 직원에 대한, 고객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항상 희망을 가져라
희망은 스스로 찾는 자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은 있다.
■늘 부지런해라
사장은 어떤 직원보다 먼저 현장에서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해라
미래 설계나 위기 탈출할 때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실패를 인정할 줄 알라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재기나 부활을 할 수 없다.
■자기 경영에 노력을 기울여라
주제를 파악하고 능력에 대해 과신하지 않으며 겸손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