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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은행, '금융 파수꾼' 책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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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 끝에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한은법은 중앙은행으로서의 한은 책무에 '금융안정' 기능을 명시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한은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한은법 개정 논의의 출발점은 2008년 금융위기다.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은 금융시스템의 개선을 서둘렀고, 특히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의 강화가 강조됐다. 한은법 개정도 이 같은 배경 속에서 2009년 말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권이 반발하고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까지 가세하면서 오랫동안 표류하는 진통을 겪었다.

개정 한은법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한은법 1조의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명시한 것이다. 한은 출범 이후 '물가안정'은 유일한 설립 목적이자 책무였다. '금융안정'의 추가는 그런 의미에서 한은 정체성의 일대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금융위기에 제때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반성이 부메랑이 되어 '금융안정'이라는 새롭고 분명한 중앙은행의 책무를 안게 된 셈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조사권 강화와 자료제출 요구 대상기관 확대도 주요한 변화다. 단독조사권에서 후퇴한 공동검사권이지만 새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은 분명하다. 금융감독 권한의 독점에 따른 폐해를 줄이면서 큰 틀에서의 금융건전성을 감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자료제출 요구 대상기관도 시중은행에서 제2금융권까지로 확대됐다.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의 힘이 세졌다. 단순한 권한의 확대가 아니다. 중앙은행에 대한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파수꾼 노릇을 제대로 하고, 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이다. 말만 많은 시어머니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금융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은이 법 개정에 맞춰 국가 전체의 거시건전성이라는 큰 틀에서 금융안정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인력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금융감독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도 중요하다. 한은법 개정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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