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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선박 추진의 핵심 축 ‘크랭크샤프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7초

엔진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
오차 100분의 1mm 이하 초정밀 제품


[배 이야기] 선박 추진의 핵심 축 ‘크랭크샤프트’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크랭크샤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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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선박에 실린 엔진이 가동해 만드는 운동에너지를 선미 아래에 위치한 프로펠러에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전달해주기 위한 구동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동축을 ‘크랭크샤프트(CrankShaft)’또는 ‘크랭크축’이라고 부른다. 겉으로 보기에 길다란 막대기에 고기 살점을 꽂은 ‘꼬치구이’처럼 생긴 게 바로 크랭크샤프트다.

겉보기에는 그냥 쇳덩어리에 불과해 보이지만 크랭크샤프트는 제강, 단조, 열박음, 가공, 수작업 등 크랭크샤프트 제작 전 과정에서 100분의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기술의 산물로, 한국이 세계 1위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일류 상품이다.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크랭크샤프트는 엔진에서 에너지를 내는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축이다. 원리는 실린더내 폭발력을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가 크랭크 스로우에 전달해 각 크랭크 스로우를 연속적으로 회전시켜 크랭크샤프트라는 커다란 축을 회전시키는 것이다.


크랭크샤프트의 제조 방법은 크게 ‘주조 방식(Casting type)’과 ‘단조 방식(Forged type)으로 나누는데, 두산중공업이 주로 제작하는 선박용 저속(90~120rpm) 크랭크샤프트는 단조 방식으로 적은 중량과 컴팩트한 디자인으로 제작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크랭크샤프트는 중량과 크기 문제로 일체형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크랭크스로우와 각 샤프트 등의 부품을 열박음에 의해 조립·제작하고 있다.


[배 이야기] 선박 추진의 핵심 축 ‘크랭크샤프트’ 크랭크샤프트 구성도(자료: 두산중공업)


크랭크샤프트는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어 주는 크랭크 스로우와 그 회전력을 선박의 선미에 있는 프로펠러에 전달해주는 3종의 부품, 즉 ▲쓰러스트 샤프트(Thrust Shaft) ▲저널 샤프트(Journal Shaft) ▲엔드 샤프트(End Shaft)로 구성됐다. 선박의 선미에는 중간 샤프트와 프로펠러 샤프트가 있어 크랭크샤프트와 연결되는 구조다.


크랭크 스로우는 피스톤의 폭발력을 받기 때문에 벤딩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대형 크랭크스로우의 경우 소재중량만 40톤에 이르는 것도 있다. 각 샤프트는 회전력을 저장해 프로펠러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비틀림과 휘어짐을 동시에 받게 되므로 피로 파괴에 충분히 견디도록 설계, 제작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선박의 운항 조건이 열악할 경우 가끔씩 크랭크샤프트에 문제가 발생해 엔진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한국 업체가 제작한 크랭크샤프트는 사고 발생이 없었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크랭크샤프트 제조과정= 크랭크샤프트는 엔진에서 가장 힘을 많이 받는 구동축이기 때문에 가공 품질에 따라서 크랭크샤프트의 수명(엔진수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크랭크샤프트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전용 선반이 필요하며 제품 특성상 각 저널마다 방진구(선반 작업에서 가늘고 긴 공작물을 절삭할 때 휘거나 진동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구. 선반에서 드릴링 가공이나 보링 가공을 할 때 공작물의 자유단을 일치시키는 역할도 한다) 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이 방진구를 조정해 회전하는 크랭크 스로우의 내면 굴절 오차(Deflection)는 ±0.03mm를 맞춰내고 있다.


베어링 내경(Bearing Diameter)을 가공할 때는 제품이 회전을 하고, 핀 구멍(Pin Diameter)을 가공할 때는 제품이 정지한 상태에서 설비의 회전에 의해 가공이 이뤄진다. 이 작업은 가공 중에 측정을 통해 치수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는 고기량이 요구된다.


[배 이야기] 선박 추진의 핵심 축 ‘크랭크샤프트’ STX엔파코가 생산한 초대형 선박 엔진용 크랭크샤프트


두산중공업 크랭크샤프트 공장에서는 스카이빙 장비(Skiving Tool, 가죽을 켜듯이 갈아주는 장비)을 사용해 넓은 폭의 베어링 내경을 한 번에 가공해 형상공차(도면에서 제시한 가장 이상적인 희망 형상과 비교해 가공한 제품의 실제 표면 또는 형체가 얼마만큼 변동을 허용하는 가를 규정하는 것)를 진원도 0.03mm, 평행도 0.04mm 이내로, 쓰러스트 샤프트 끝부분의 흔들림 공차를 0.04mm 이내로 맞춤으로써 높은 품질력을 자랑한다. 또한 별도의 추가 작업으로 깨끗하게 제품 외관을 마무리해 고객으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크랭크샤프트 공장으로 입고된 소재 크랭크 스로우는 가공을 마친 후 3개 샤프트(Thrust Shaft, Journal Shaft, End Shaft)와 함께 열박음 조립(Shrink Fitting Assemble) 공정을 통해 각 실린더 간의 앵글이 부여되고 그 형태가 갖춰진다.


이를 엔진에 장착하려면 축 정렬 가공이 이뤄진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두산중공업은 회사가 보유한 고가의 복합 크랭크샤프트 선반에서 작업자들의 우수한 가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최종품질을 결정하는 크랭크샤프트 선반에서의 가공 작업은 10년 이상 축적된 가공 노하우로 작업이 표준화돼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형 크랭크샤프트의 경우 3~4일 만에 가공이 완료되기 때문에 소재부터 최종 검사까지 3개월이라는 초단기 납기를 제시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되도록 짧게 만드는 게 과제= 크랭크샤프트의 크기는 선박의 크기에 비례하는데, 1만TEU(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에 들어가는 크랭크샤프트의 경우 길이만 약 25m에 무게만도 370여t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배 이야기] 선박 추진의 핵심 축 ‘크랭크샤프트’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STX엔파코의 ‘저속디젤엔진용 크랭크샤프트’


엔진과 프로펠러를 이어주는 크랭크샤프트의 길이가 짧을수록 크랭크샤프트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에너지를 덜 소비해 그만큼을 동력원으로 추가 사용할 수 있다. 선박 내에서 크랭크축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그만큼 더 늘릴 수 있다.


따라서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선박의 경우 크랭크샤프트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것이 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조선소의 최대 과제다.
<자료: 두산중공업·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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