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연설 , 전문가들 QE3 발언 없을 것으로 예상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26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할 버냉키 미국 연방은행(연준) 총재의 연례 컨퍼런스 발표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추가 양적완화 조처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행동보다는 '언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경제 지표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데다 물가가 오르고 있어 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지난 두차례의 양적완화에도 경제 회복이 미약하고, 인플레이션 조짐이 있으며, 유럽 부채 위기라는 새로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연방은행 연구원인 케이스 헴버의 말을 인용, 연준이 불황이나 급속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을 예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장기적인 성장의 걸림돌과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선택방안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장기적인 과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 엘 에리안 최고경영자(CEO)는 25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버냉키 총재는 QE3를 추구하지 않아야 하며, 대신 미국 경제의 구조적 도전을 언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의 두번째 양적완화가 국채시장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었는데도 시행됐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또 양적완화를 시도한다면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동성 확대와 완만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연준의 정책 목표가 명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를 시행하는 정책의 내용과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FT는 버냉키 총재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2차 양적완화 이후의 경제 변화를 설명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언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FTSMS 이번에 특정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 "버냉키는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연준의 선택을 논의하고 싶어하겠지만, 그것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의 '언어'들이 공개시장위원회의 행동에 미칠 잠재적 영향이 무엇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대한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부각되면서, 하반기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측하는 비관론자들은 결국은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연말에는 불가피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CNBC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잭슨홀에서 버냉키가 이번에 무슨 말을 하든 연말에는 추가 양적완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도 전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연말께는 또 위기가 심화될 것인 만큼 연방은행의 추가 자산매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텔레그라프지도 25일 은행가들의 말을 인용, 연말에 초대형 위기 올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우리는 9월이나 10월께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시장 충격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지난 2008년 리만 브러더스 사태 때 나타났던 유동성 위기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유럽은행들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유럽중앙은행이 영국 중앙은행과 스왑라인 연장 계약을 하고, 연준으로부터 5억 달러의 달러를 차입한 것은 불길한 조짐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 삭스도 같은날 고객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번에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발표될 가능성은 낮지만 결국 1조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호니그 총재도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경기침체의 위험성은 인정하지만 결국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연준이 “보다 장기적인 곳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혀, 지금 조건에서는 특별한 추가 조처는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또 잭슨홀 미팅 이후의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에이커당 6,000달러 하던 토지가격이 12,000달러로 뛰었다면 그것은 투기적 거품”이라고 밝혀, 지난 2009년 2월 666을 찍고 2년반 넘게 꾸준히 상승해 1,360을 넘겼던 S&P500 지수를 환기시켰다. 이는 현재 주식시장은 ‘투기적 버블’상태이며 최소한 연준이 주식시장이 위로 향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암시로 해석된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경기 지표가 명확해지는 오는 9월 이후까지는 급격한 조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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