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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어떤 것이 ‘일상적’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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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어떤 것이 ‘일상적’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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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단순히 ‘연기를 잘 한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의 연기는 예기치 못한 순간 사람의 마음을 들어올렸다, 다시 내려놓는다. 그는 맨발로 밤거리를 달리는 여자에게 자신의 구두를 신겨주고(<박쥐>),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여자를 위해 거울을 들어주며(<밀양>), 가까스로 붙잡은 용의자의 핼쑥한 얼굴을 보고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을 건넨다(<살인의 추억>).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송강호의 얼굴을 하고 아주 사소한 제스처를 취하는 순간, 보는 이들의 가슴에는 물결이 인다. <푸른 소금>에서도 영화를 온통 뒤덮은 푸른색 미장센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세빈(신세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는 전직 조폭 두목 두헌(송강호)의 멋쩍은 모습이다. 이 남자의 정체 모를, 그리고 끝 모를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10 아시아>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10LOGO#>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송강호
: 일부러 뺀 건 아니지만 약간 빠진 것 같긴 하다. 술을 자주 안 마셔서 그런가? 실은 어제도 마셨는데. (웃음) 아무래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나 <의형제> 등 남자배우들과 작품을 찍으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밀양>이나 <박쥐>, 이번 <푸른 소금>처럼 여자배우들과 작업을 할 때는 좀 덜 마시게 된다.


“윤두헌은 스펀지 같이 신비한 매력이 있다”


송강호 “어떤 것이 ‘일상적’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감정들이 정확하게 대사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켜켜이 쌓여서 스펀지에 물이 삭- 스며들듯이”

<#10LOGO#> 그런데 원래는 남자들의 우정 이야기를 그린 <밤안개>에 출연하려다 <푸른 소금>으로 넘어왔다고 들었다.
송강호
: 예전부터 이현승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2008년 가을쯤 <박쥐> 촬영 막바지에 만나서 <밤안개>를 하기로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진행이 잘 안 됐다. 그래서 “아유, 감독님, 제가 어떤 영화든 할게요. 편안하게 (준비)하세요”라고 이야기하다가 2년 전 쯤 감독님이 새로 쓰신 <푸른 소금>에 합류하게 됐고, 그때부터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역시 여자배우가 딱 나오니까... (웃음) 그런데 워낙 준비가 길어지다 보니 “감독님, 몇 달만 기다리세요” 이렇게 말하고 중간에 <의형제>를 찍긴 했다. (웃음)


<#10LOGO#> 그만큼 이현승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
송강호
: 다른 감독님들의 영상세계와는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 <그대 안의 블루>나 <시월애>나, 당시로썬 굉장히 모던하고 스타일리쉬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영화 속에 녹아드는 인물들도 다른 작품에서 보이는 인물들과 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10LOGO#> 그런 면에서 볼 때, 전직 조직폭력배 보스지만 손을 씻고 나와 요리를 배우면서 새로운 삶을 찾으려 하는 윤두헌이라는 인물에 특별히 매력을 느낀 지점이 있나.
송강호
: 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약간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 신세경이 연기한 조세빈과 윤두헌이 만나 서로에 대한 감정들을 어떤 때는 아주 농밀하게, 또 어떤 때는 유머러스하고 찰지게 만들어가는 이야기다보니 두헌에 대한 것들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뭔가 은은한 느낌이랄까. 사랑이다, 우정이다 하는 감정들이 정확하게 대사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켜켜이 쌓여서 스펀지에 물이 삭- 스며들듯이, 나중에 그 감정들이 스며든다. <우아한 세계>의 강인구나 <의형제>의 이한규 등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했다면, 윤두헌은 이렇게 스펀지 같은 느낌이 굉장히 새로웠다.


<#10LOGO#> 그렇게 다소 모호한 인물을 해석하고 연기하는 과정은 어땠나.
송강호
: 윤두헌은 전직 조직폭력배 보스인데, 그렇다고 근육이 우락부락해서 싸움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게 과연 일상적인 표현인 걸까.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서 몇 달 동안 근육을 키우고, 옷을 딱 벗었을 때 사람들이 그걸 보고 “와, 진짜 살벌한데? 진짜 보스 같은데?”라고 말하지 않으면 보스 같지 않은 걸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현장에서 감독님이 “윤두헌이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지”라고 말씀하시면, ‘윤두헌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표현을 할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감독님이 갖고 계신 생각과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


<#10LOGO#> 이번 작품에서 그런 부분을 하나 탁, 보여주는 게 있나.
송강호
: 특별한 어떤 장면이 있다기보다는 윤두헌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어떤 느낌을 스스로 가지고 접근을 했다. 완전히 그 인물이 되는 배우가 있는 반면, 내 경우에는 그 인물에게 다가가는 쪽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10LOGO#> 형사, 국정원 요원, 조폭 등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했지만 그들 모두 송강호라는 배우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극과 극의 인물들이 결국 송강호라는 분모로 묶일 수 있는 건 어째서일까.
송강호
: 배우들마다 연기 스타일이 다른데, 어떤 게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순 없다. 그 배우한텐 그게 정답인 거니까. 단지 나는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그 인물의 외형보다는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지점이 있다. 어떤 게 그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일상적’인 것일지 항상 고민을 한다.기자 역할이라면 컴퓨터나 수첩, 녹음기를 들고 이렇게 있는 게 본질, 일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일상적이긴 하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거고, 우리가 모르는 일상이라는 게 있지 않나. 기자의 본질은 또 따로 있다는 거지. 그걸 찾는 거다. 겉모습보다는 ‘그’ 기자만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하나 탁 보여줬을 때 관객들은 감동을 받고 감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LOGO#> 상황에 따라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질 텐데, 애드리브에 대한 기준은 어떤가.
송강호
: 작품마다 다르다. <박쥐> 같은 경우 박찬욱 감독이 쓴 콘티와 대사를 존중하는 게 작품의 원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애드리브를 하지 않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대사를 했다. <밀양>도 그랬고. 반면에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푸른 소금>이나 <살인의 추억> 같은 작품들을 찍을 때는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작품의 범주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하는 걸 원하되, 그 중에서 진짜 보석 같은 애드리브들을 건져 내는 작업을 하는 편이다. 그게 작품의 틀을 벗어나거나 작품을 훼손하면 안 되니까.


<#10LOGO#> 그런 걸 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자신을 믿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믿기 시작한 순간은 언제인가.
송강호
: 사실 데뷔는 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었지만 그땐 너무 단역이어서, 진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연기를 했다. 이렇게 말하면 홍상수 감독님이 서운해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그러다가 이제 제대로 영화연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첫 작품이 97년에 개봉한 <초록물고기>였는데, 운 좋게도 이창동 감독님, 한석규 선배님처럼 좋은 분들과 작업을 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꼽 잡고 웃는 영화도 하고 싶다”


송강호 “어떤 것이 ‘일상적’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10LOGO#> 함께 출연한 신세경과는 실제로 23살 차이가 나는데, 영화에서는 어떤 관계로 표현되나.
송강호
: 영화 속에서는 그 정도로 차이가 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연인처럼 보이는 건 아니다. 절대 그렇게 보여선 안 되고, 또 나이차가 주는 괴리감 같은 것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표현이 됐다. 신세경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음색이나 외모의 색깔에는 굉장히 성숙된 느낌이 있다. 그래서 나와의 갭이 실제 나이차보다 작아 보인다. 선배님들이 예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 “배우란 말이야, 젊었을 때는 실제 나이보다 서너 살 더 많아 보이고, 나이가 들었을 때는 실제 나이보다 서너 살 더 어려보이는 배우가 좋은 배우야.” 외모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젊었을 땐 깊이 있어 보이고 나이 들었을 땐 역동적인 생동감을 갖추라는 얘기다.


<#10LOGO#> 같이 작업 해보니 신세경이라는 배우는 어떻던가.
송강호
: 신세경이 주로 드라마를 찍은 배우라서, 처음에는 영화 작업 환경에서 오는 어리둥절함이랄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부분들이 보였다. 쉽게 얘기하면, 드라마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니까 본인이 다른 시도를 해볼 수도 있는 건데,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경직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를 친구처럼 대하게 하다보니까 애드리브도 막 나오고 그랬다. 그런 걸 보면서 저렇게 편해질 수 있는 친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영화에도 나온다. 사실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것이 굉장히 큰데, 신세경이 처음에는 그 한 장을 못 뚫고 나오다가 어느 순간 가장 얇은 두께로 만들어서 툭 뚫고 나온 거다. 그게 대견스러웠다. 어떤 사람은 콘크리트가 돼서 도저히 뚫을 수가 없게 되거든.


<#10LOGO#> <푸른 소금>은 멜로 영화에 가깝지만, 필모그래피를 보면 멜로 영화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송강호
: 개인적으로 멜로를 위한 멜로에는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출연한 작품들 중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멜로영화라면 <밀양>이나 <박쥐>, <푸른 소금>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장르 자체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멜로의 범위는 광범위한 거니까. 젊었을 때도 멜로 영화를 거의 하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밀양>만 해도 사랑을 다루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생과 영원한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박쥐>는 또 그 나름대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 그 속에서 멜로를 보여주는 거였다. <푸른 소금>도 광범위하게 보면 멜로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떤 감정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다면 좀 재미가 없었겠지.


<#10LOGO#> 현재 이나영과 함께 촬영 중인 <하울링>에서는 어떤가.
송강호
: 젊은 형사가 아니라, 애들도 있고 나이가 좀 있는 형사로 나온다. 가족 이야기는 배경 정도로만 나오고, 직장에서의 느낌들을 주로 표현하게 될 것 같다.


<#10LOGO#> 거의 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넘버 3>나 <반칙왕> 같은 ‘송강호표 정통 코미디’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다.
송강호
: 나도 진짜 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에는 묵직한 영화들이 많이 들어오고, 정통코미디 쪽 시나리오는 잘 안 들어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영화도 해 보고 싶은데, 기회가 안 되는 것 같다. 뭐, 사실... <푸른 소금>이 코미디 영화는 아니지만 숨겨놓은 비수 같은 재미들은 좀 있다.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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