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와 경제협력 확대 등에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밝혔다.
통신은 "양국 정상이 조선의 비핵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와 철도를 연결하는 문제 등 경제협조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에앞서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후 2시부터 약 두시간 동안 시베리아 부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시 외곽의 소스보비 보르(소나무숲)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간의 이같은 합의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6자회담 재개와 시베리아 가스전 문제 등에선 원칙적인 언급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 3월에도 북한에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와 핵무기 실험중단 등을 요구했고, 북한도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대량살상무기(WMD)실험의 잠정중단 역시 보로답킨 차관의 평양방문때 이미 거론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회담을 마친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통상 실시되는 양정상의 만찬회동이 없었고 당초 예정됐던 오페라 공연관람계획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북러정상회담의 성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위원장의 귀국경로도 관심사다. 김위원장이 돌아갈 수 있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카림스캬에서 만주 회당철도를 타고 중국 동북3성 쪽으로 가는 길과 애초에 왔던 극동쪽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중국 동북3성 쪽으로 발길을 돌릴 경우 하얼빈, 창춘 등지에서 중국 고위당국자를 만나 방러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로는 가능성이 낮다. 지난 5월 방중을 한 만큼 다시 중국 고위당국자를 만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유력한 경로는 당초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 경로다. 이 경우 러시아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총리를 만날지 여부다. 만약 김위원장이 푸틴을 만난다면 26일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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