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일반의약품 중 일부를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보건복지부 고시가 약사들의 반발로 법정공방을 맞았다. 일반의약품의 성격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4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조모씨 등 약사 66명은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전날 청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약사법상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약외품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은 의약품이 아닌 물품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며 "장관이 의약품에 해당하는 물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것은 권한 없는 행위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약사측은 또 "전환된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가능토록 하면 일반인이 약사나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받지 않고 구입해 복용하는 등 의약품의 오ㆍ남용을 부추길 수 있어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약사측이 주장하는 건강 침해의 가능성은 의약외품 전환을 통해 일반 유통점을 통한 판매가 가능해진 품목들이 모두 일반의약품임을 감안할 때 인정 여지가 낮다는게 중론이다.
애시당초 약사법 상 일반의약품은 오ㆍ남용될 우려가 적어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고, 질병 치료를 위해 의사나 치과의사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ㆍ치료ㆍ경감ㆍ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사람이나 동물의 구조와 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는 의약외품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문제는 의약품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나눠 규정한 현행법과 전문적인 처방이 없더라도 사용이 용이하게 규정된 일반의약품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의약품에 대한 의약외품 지정 제외가 일반의약품에 이르는지 여부다.
현행 약사법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분류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결국 약물의 처우를 두고 전문의약품에서 의약외품에 이르기까지 보건복지부가 모두 분류하게 되어 있다.
한편, 조씨등 약사측은 의약외품에 대한 상세한 내역과 달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구분은 소장에 담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달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액상소화제, 정장제, 외용제 중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공포ㆍ시행했다.
이에 따라 '박카스'를 비롯해 그동안 약국에서만 판매됐던 이들 일반의약품은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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