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기준 설정 겨냥 "갑자기 무리하면 부작용"
은행권 "예대율 규제 강화안도 반시장적" 반발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움직임에 은행권 반발이 거세다.
당국의 가계대출 가이드라인 설정이 은행권의 대출중단으로 이어져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제시된 예대율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반시장적 조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6월 발표된 가계부채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예대율을 낮춰 은행들이 자연스럽게 대출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예대율 규제 강화가 사실상 은행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인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예대율을 낮추면 그 자체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수신고가 늘어나기 힘든 여건에서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데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발행을 자제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중소기업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불러 기업 자금수요를 미리 분석하는 등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을 주문했는데, 예대율 규제 강화는 이와 상반된 조치라는 것이다.
금융권 이슈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신동규 은행연합회장도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했다.
신 회장은 22일 저녁 일부 시중은행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가계대출 중단 배경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갑자기 무리하면 (대출 중단처럼) 부작용이 생긴다"며 "(금융당국은)이를 감안해서 (조치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일방통행식 가계부채 조치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서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또 "예대율 규제 강화 조치는 상황이 나빠지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은행과의 충분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대출에 대해 추가 적립금을 쌓도록 하면 은행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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