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에 홍두깨 그립, 크로케스타일까지 등장 '각양각색'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롱퍼터 전성시대'다.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처녀 출전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PGA챔피언십에서 곧바로 우승해 순식간에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우승의 동력은 단연 그린에서 스코어를 지킨 퍼팅이었다. 브래들리는 특히 샤프트 끝이 배꼽까지 올라오는 벨리퍼터를 사용한 최초의 메이저챔프로 유명세를 탔다.
브래들리의 이례적인 우승에 명예의 전당에서는 이번 우승에 사용된 오딧세이 화이트핫 XG사버투스의 복제품을 이미 헌액된 그의 고모 팻 브래들리의 라커에 함께 보관하고 싶다는 뜻까지 밝혔다. 애덤 스콧(호주) 역시 이보다 한 주 앞서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롱퍼터로 빅 매치 우승을 일궈냈다.
롱퍼터는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과 스튜어트 싱크(미국), 레티프 구센(남아공) 등 '베테랑'들이 오랫동안 선호한 모델이다. 최근에는 브래들리와 스콧, 매트 쿠차(미국) 등 젊은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스콧은 더욱이 2008년 바이런넬슨챔피언십 우승 이후 퍼팅 난조에 빠졌다가 이 퍼터로 교체한 뒤 지난해 발레로텍사스오픈 우승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2승을 수확했던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가 올해 마스터스 연습라운드 때부터 이 퍼터를 사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엘스가 한 때 롱퍼터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장본인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국내에서는 김종덕(50)이 2003년에 심각한 퍼팅입스에 시달리다가 이 퍼터로 바꾼 뒤 2005년 2승을 올려 톡톡히 효과를 봤다.
일반적인 퍼터가 33~35인치, 벨리퍼터는 40~41인치, 거의 똑바로 서서 가슴에 대고 하는 롱퍼터는 46~49인치다. 키에 따라 50인치가 넘는 제품도 있다. 마당을 쓰는 비와 비슷하다 해서 일명 '빗자루 퍼터'로도 불린다. 무엇보다 퍼팅의 기본인 시계추 동작이 원활해 직진성이 높다는 게 강점이다.
일각에서는 벨리퍼터로 우승하는 선수가 나올 때마다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니어용 또는 교정용으로만 여기던 롱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의 투어 우승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에디터인 스티나 스턴버그가 "롱퍼터 사용 금지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퍼터의 변신은 롱퍼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브래들리에게 우승컵을 상납한 제이슨 더프너(미국)는 길이는 일반 퍼터와 같지만 그립이 굵은 일명 '홍두깨 그립'을 사용했다.
슈퍼스트로크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일반 퍼터 그립보다 2배 이상 두껍다. 더프너는 "퍼팅 스트로크가 자꾸 당겨져 이번 대회에서 처음 이 그립을 선택했고, 효용이 있었다"고 했다.
홍두깨 그립은 더프너 이전에 최경주(41ㆍSK텔레콤)의 퍼터로 더 유명했다. 2007년부터 사용해 지난 5월에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까지 완성했다.
아마추어골퍼들에게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델이다. 최경주는 "두꺼운 만큼 손의 미세한 떨림을 막아주고 안정감 있는 스트로크가 가능하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최경주는 지난해에는 그립이 샤프트 아래위로 갈라진 일명 '크로케 스타일'로 뉴스를 만들었다. 길이는 벨리퍼터와 일반퍼터의 중간 정도고, 샤프트 중간에 오른손으로 쥐는 그립이 하나 더 있어 시선을 끌었다.
홀을 정면으로 볼 수 있어 타깃 조준이 쉽다는 게 핵심이다. 40여년 전 '골프전설' 샘 스니드(미국)가 말년에 퍼팅입스에 시달리자 고안한 제품이었다. 지금은 미국골프협회(USGA)의 승인도 받았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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