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잠겼던 볼이나 오래된 볼이 '비거리가 줄어드는 까닭'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볼이 물을 먹으면 비거리가 줄어든다(?).
맞다. 워터해저드에 오랫동안 잠긴 볼을 주웠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즈음같이 장마 뒤에도 태풍과 잦은 폭우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필드에 나가도 비를 맞고 플레이하기 일쑤다.
당연히 골프볼도 비에 젖기 마련이다. 물에 직접 닿지 않았다 해도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보관했다면 성능이 떨어진다. 보관에도 신경을 쓰라는 이야기다. 골프볼의 강도는 사실 생각보다 뛰어나다. 시속 150km가 넘는 드라이브 샷의 엄청난 임팩트 충격과 날카로운 웨지 샷에도 거뜬하다. 프로선수가 아니라면 18홀을 사용하고 다시 사용해도 그다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습기에는 약하다. 메이커의 연구에 따르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경우 1년에 약 1야드씩 비거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리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습기다. 비거리의 동력은 힘이 전달되는 볼의 가장 내부에 있는 핵, 즉 코어가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져서다.
코어가 큰 2피스 볼이 더 멀리 나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어는 그러나 물을 먹으면 압축된 뒤 복원력이 크게 떨어져 비거리가 줄어든다. 타이틀리스트에서는 "물을 흡수하면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볼의 종류와 물에 잠겨있는 시간, 물의 화학작용 등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경과해서 비거리가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합성고무는 딱딱해지면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온도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겨울철 기온이 낮아지면 비거리가 줄어든다. 차가운 공기는 더운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 비행을 방해한다. 극단적으로 -1도와 38도에서 플레이할 경우 드라이버 비거리는 더운 곳에서 10야드 정도 더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볼을 데워서 사용하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원리를 이용해 볼을 덥히는 장비까지 등장할 정도다. 겨울철 자동차의 차가운 트렁크 속에 들어있던 볼이 복원되려면 12시간이나 걸린다. 물론 볼에 인위적으로 열을 가하면 내부 구성 요소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효과적인 보관법이다. 먼저 라운드 중에 묻은 이물질은 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깨끗이 제거한다. 새 볼은 구입 당시 포장 상태로 사용 직전까지 그대로 두고, 헌 볼은 새 볼과 섞지 말고 따로 보관한다. 무엇보다 비가 많은 계절에는 라운드 후 다시 사용할 볼을 골프백이나 자동차 트렁크 속에 방치하지 말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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