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그동안 한국 산업은 하드웨어가 중심이었다. 물건을 제조하는데 집중하고 신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며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융합의 시대가 열리며 이같은 우리 경제의 성장 모델은 한계를 맞고 있다.
최근 세계최대 검색업체이자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토로라가 누구인가. 한때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었고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레이저'라는 혁신 제품을 내놓았던 거물이다.
그런 거물이 불과 몇년 사이에 소프트웨어 업체에 인수되는 처지가 됐다. 노키아 역시 마찬가지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휴대전화 세계 1위 업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애플의 제품에 대해 과거 변변찮은 하드웨어라고 얕잡아 봤다. 부실한 제품력을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버틴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이런 애플은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마침 19일 LG전자가 IT서비스 업체 SK C&C에게 시가총액을 역전당했다. 전세계에 LG의 상표가 닿지 않는 곳이 없지만 국내에서만 성장해온 SK C&C라는 생소한 플레이어에게 기업가치가 역전될 만큼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LG전자의 턱밑에는 엔씨소프트가 기다리고 있다. 규제의 대상으로만 봤던 게임을 만드는 기업이 기업가치에서 LG전자를 추월하겠다며 맹추격 중이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파워를 외면할 수 없다. 국가도 기업도 소프트웨어 지원과 육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 단순히 소프웨어가 필요하다고 IT개발 인력만 늘려서도 안된다. 디자인, 포장 등 창의적인 면에서도 우리의 분발은 여전히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신제품이 디자인을 베꼈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되는 일도 두뇌창의의 부족에 따른 현상이다.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는 기업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과거의 잣대로만 기업을 봐서는 안된다.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업, 대규모 시설투자보다는 사람으로 돈을 버는 기업을 주목하자. 이런 기업들이 성장해야 일자리 창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구글에게 우리 기업들이 혼줄이 난 한주지만 더 늦기 전에 교훈을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