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중소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자금과 인력 부족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인력을 구하는 일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청년 실업자가 수두룩하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인식부족으로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A사. 이 회사의 경우 3년 전에 개발한 신제품이 올해 들어 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수출 물량이 8배나 늘었다. 해외 바이어들의 밀려드는 주문에 맞춰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고 본격적으로 사업규모를 키우기 위해 시설투자는 물론 인력을 더 늘리는 일도 필요해졌다.
하지만 인력 확보가 만만치 않다. A사 대표는 "직원들을 더 채용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력을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라며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더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놓칠까봐 걱정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형가전업체인 B사의 CEO도 인력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들어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신제품들을 대거 출시했는데 이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하는 홍보마케팅부서의 팀장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올 초 홍보마케팅을 총괄하는 임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함께 일하던 팀장까지 자리를 옮기자 대기업 출신의 새로운 팀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3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고 지난달 또 다른 팀장을 채용해야만 했다. 인력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신제품에 대한 홍보마케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손해다. 올 들어 한바탕 홍역을 치룬 B사 대표는 인력채용 및 운영에 관한 전문 컨설팅을 받는 것에 대해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리서치기관이 대학생의 직업선택 기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안정성(33.9%)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 연봉(24.4%), 적성(23.3%) 등의 순이었다. 청년층 취업 선호도의 경우 공무원ㆍ공기업,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이 꼴찌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들이 직원들을 채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고생 끝에 직원을 뽑았다고 해도 어려움은 남아 있다.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 정부가 어제(17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중소기업 기술인력 보호와 육성 방안'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대책에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연구ㆍ기술인력에게 세금 등을 감면해주고 중소기업 인력을 빼간 대기업의 공공물품 구매입찰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뿌리다.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 전체가 송두리째 뽑힐 수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필요 인력을 안정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중소기업 인력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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