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유럽경제가 급격히 둔화된 모습을 보이며 2차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0.2%에 그치면서 ECB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244명의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ECB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대답도 26%나 됐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 경제가 지난 2009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등도 경제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성장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유니크레딧글로벌의 마르코 발리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전 경제는 이미 일시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이제는 향후 몇 달 안에 경기 침체 위험이 남아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며 "현재 ECB의 금리인상 여부는 논의에서 제외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영국 경제도 지난 9개월 동안 거의 정체된 상태를 나타내면서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영국 통계청이 17일(현지시각) 발표한 2분기 전체 실업자수는 249만명, 실업률은 7.9%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보다 실업자 수는 3만8000명, 실업률은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7월에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은 3만7100명이 증가한 156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16~24세 청년실업자는 1만5000명 늘어난 94만9000명을 기록하며 청년 실업률은 전분기대비 0.2%포인트 증가한 20.2%로 높아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영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실업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 -0.5%를 기록해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된 후 올 1분기 0.5% 성장했으나 2분기에 둔화돼 성장세가 다시 주춤하고 있는 것.
이에따라 영국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위원들은 자산매입프로그램 규모를 늘리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통화정책위원회(MPC)가 이날 공개한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오는 8월 기준금리를 인상에 만장일치로 반대했다.
아비바인베스터스의 스튜어트 로버트슨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경기침체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저성장세가 지속된다면 ECB가 내년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CB는 올 들어 2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1.5%를 유지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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