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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안되는' 엔·스위스프랑.. 외환당국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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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엔화와 스위스프랑화의 강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과 스위스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강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로 뽀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스위스, 17일 ‘페그제’ 공식화할까 =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역대 최고치까지 상승하자 11일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스위스프랑화를 일시적으로 유로화에 연동시키는 ‘페그(고정)제’까지 검토하겠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스위스프랑화 환율은 즉각 6% 가까이 오르면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대 절하폭을 보였고 일단 방어에는 성공했다. 지난 9일 유로화 대비 1.0075스위스프랑으로 역대최저치를 기록한 스위스프랑 환율은 16일 유로당 1.1465스위스프랑으로 4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처음 SNB는 기준금리인 3개월짜리 리보(LIBOR)금리 목표를 0~0.75%에서 0~0.25%로 낮추고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시중은행들의 요구불 예금(Sight deposit) 규모도 300억에서 1200억 스위스프랑으로 높였지만 효험이 없었고 오히려 결과적으로 외환시장에 스위스프랑에 더 수요가 몰릴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크리스 터너 ING파이낸셜마켓 외환투자전략책임자는 “유로존 위기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은행간 금리 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SNB의 페그제 검토 발표 이후부터였다. 9일 이후 스위스프랑화는 10% 이상 절하됐다. 16일에는 SNB가 외환시장에서 3개월만기 선물환 환율을 점검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으며 17일에는 SNB가 스위스프랑화 안정화 조치로 유로화 페그제 도입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잉글랜더 씨티그룹 투자전략가는 “SNB가 스위스프랑의 유로화 연동선을 현재 유로-스위스프랑 환율 이상으로 올린다면, 당장은 외환시장 투자자들이 스위스프랑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면서 “일단 확정되면 이는 유로화 매도에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로 이미 약세인 유로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나 코밀레바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투자전략책임자는 “유럽 금융권이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경제도 둔화된 상황에서 고정환율제의 도입은 마치 떨어지는 칼을 맨손을 잡는 것과 같다”면서 “진짜 문제는 페그제 도입이 환율방어에 성공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믿는 적정 환율수준이 어디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로존 채무위기의 의미는 유로화가 구조적으로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며 스위스프랑화의 유로화 페그는 SNB를 유로존 위기에 노출시켜 ‘배드뱅크’로 만들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의 고민 “엔화 잡기 힘드네” = 지난 11일 달러당 76.31엔까지 내려 3월 대지진 당시 최저치 76.25엔을 위협했던 엔·달러 환율은 16일 76.80엔선을 유지하고 있다. 엔고가 하반기 일본 경제회복세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일본 정부는 언제든지 추가 개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비관론도 적지 않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14일 NHK 방송에 출연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외환시장 문제는 최우선 현안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기준으로 일본 재무성의 지출 가능규모는 40조엔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4일 4조6000억엔 이상을 들이부은 자금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가 달러 대비 76엔 후반선을 불안하게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외환전문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엔화 가치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다시 내놓았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일본이 90년대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고 있으며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친 서구 경제의 ‘몰락’ 국면으로 달러 약세는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엔화 가치가 2차대전 후 최고기록을 깨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이며 엔·달러 환율은 75엔 이하, 혹은 60엔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엔화를 푸는 식의 외환시장 개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일본 정부는 대신 상당한 규모의 재정확장 정책을 내놓고 일본은행(BOJ)도 그에 상응하는 양적완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개입이 아주 효과를 보지 못한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션 캘로우 웨스트팩뱅킹 외환투자전략가는 “엔화가 개입 이후 며칠만에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개입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지난주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볼 때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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