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16일 코스피가 4.83% 급등 마감했다. 지난 2일부터 급락장세를 이어온 이후 이날과 같은 '화끈한 반등'은 처음이다. 상승폭(86포인트)은 1989년 3월8일 집계이후 역대 세 번째 수준이었다.
훈풍은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불었다. 유럽 4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호재 등에 힘입은 글로벌 증시 상승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급 측면에서는 10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돌아왔다. 그간 폭락장세를 이끈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외국인은 전기전자, 운송장비, 화학 등 대형주들이 포진해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쇼핑에 나섰다. 이같은 영향에 이날 대형주는 전거래일보다 5.18% 급등,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주 증시가 급락세에서 벗어나 반등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이날과 같은 '외국인+대형주' 주도 장세의 지속 여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은 해외동향을 민감하게 살펴야하는 국면이라는 것.
먼저 유로존 재정 문제는 아직 특별히 해결된 것이 없다. 다만 부채 위기 및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프랑스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위축됐던 투자심리를 일부 완화시킨 정도다. 당장 다음달 이탈리아는 687억유로 규모의 만기도래 국채를 막아야 한다.
16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채 발행에 대해서는 독일이 난색을 보인 상황"이라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이 어느 정도 규모로 합의 되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위기의 근원이 됐던 경기침체 우려 역시 완화로의 방향 전환이 확인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성장과 고용을 돕는 제안을 매주 내놓겠다고 발언하는 등 '액션'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진전 여부는 역시 주마다 나오는 고용지표와 공급관리자협회(ISM)제조업지수, 소비지표 등으로 확인해야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이날 외국인의 '사자'세에 대해 "지난주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패닉심리에 빠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현금을 많이 확보한 상태였다"며 "우려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급락 전과의 갭이 상당하던 우리 증시에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3개월간은 미국의 실물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센터장 역시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및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안도랠리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지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4분기가 돼서야 이같은 흐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장기적으로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2년간 제로금리 확약'으로 인한 신흥국의 유동성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 이사는 미국 더블딥 불발이 확인되고 '시스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다면 달러캐리트레이딩을 통한 급격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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