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지난해 삼성보다 먼저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국내 태블릿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천보문 엔스퍼트 사장은 지난해 8월 아이덴티티탭(일명 올레패드)을 출시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엔스퍼트는 당시 KT를 통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태블릿PC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7인치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것에 비해 석달 빠른 시장진출이었다.
천 사장은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시장에 나온지 얼마 안됐고 최적화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시행착오 끝에 안정된 품질을 지니게 됐지만 출시 초기에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올해 본격 도약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엔스퍼트는 국내 중소기업 중 처음으로 구글의 호환성 테스트(CTS)인증을 획득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개방형 프로그램이지만 단말기에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인증이 필수적이다.
구글의 인정을 받게 되자 해외 수출도 급물살을 탔다. 지난 3월에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등 유럽 5개국 사업자들이 설립한 국제 DMB 개발그룹(IDAG)에 580억원 규모의 태블릿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태블릿PC 5만대를 공급하고 내년까지 최소 20만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유통채널을 늘렸다. 기존 엔스퍼트의 제품은 이동통신 매장과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됐지만 기업용 태블릿P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성디지탈과 총판계약을 체결한것. 천 사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일반소비자를 공략하는 대기업과는 다르게 각 업무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기업시장에서 차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엔스퍼트는 매출액 77억원, 영업이익 6억900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후속작 아이덴티티 크론도 지난 4월 국내외에 선보여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천 사장은 "대만의 HTC는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구글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 2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엔스퍼트도 구글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HTC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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