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제 한일 양국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가야할 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
"우리는 미래를 위해 불행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우리 국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일의 양국의 젊은 세대는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사)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대일(對日) 메시지가 지난해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그 의미가 적지 않게 바뀌었다. 겉으로는 작년과 비슷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큰 틀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와 '미래'를 똑같이 인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래'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역사'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 대통령의 어조는 분명하게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작년 경축사에서 "최근 일본 정부는 총리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민을 향해, 한국민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했다. 저는 이것을 일본의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하고자 한다"며 양국간 진일보한 관계가 시작되는 듯 했었다.
지난해 8월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담화를 통해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했고, 이 대통령은 간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담화에 대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달리 일본의 독도 도발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외교적 이슈로 비화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국내에서 반일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다 강력하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어순을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보다 '지난 역사를 우리 국민은 잊지 못한다'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일본의 역사 교육에 대한 책임도 명시적으로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독도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이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독도를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 지난 4월1일 기자회견에서 '천지가 두번 개벽을 해도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며 "지난 역사를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말, 역사 교육을 바로 해달라는 말에도 독도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일본 의원 몇명, 일본의 일부 세력들이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부추기는 것인 만큼 대통령이 독도에 대해 정면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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