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김승미 기자]#. A군은 올해 초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 강남구청 인근의 고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 100만원의 제법 괜찮은 급여에 식사도 제공되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지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그만 둬야 했다. 동업주간 다툼으로 가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야 다시 구한다 치더라도 못 받은 급여 100만원을 어디 가서 물어야할지 알 수 없었다.
#. B군은 올 여름 인터넷 구인광고를 보고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다른 PC방보다 50만원을 더 준다기에 가서보니 하루 12시간 근무였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여가시간이 없다는 게 마뜩찮았지만 급여가 괜찮으니 그냥 일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근무시간에 비춰보면 결국 시급이 다른 PC방과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청소년은 하루 7시간 이상 일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경제위기 속에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노동권에 대해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참여연대(이석태ㆍ임종대ㆍ정현백ㆍ청화스님 공동대표)는 지난달 15ㆍ18ㆍ19일 총3일에 걸쳐 서울 명동역과 안국역, 경복궁역 일대 고등학생 12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고용노동부가 만든 '청소년 알바 십계명'의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피해를 입은 경우 고용노동부에 상담할 수 있는 '1350' 전화번호의 경우 응답자의 92.6%(113명)가 모른다고 답했다. 주 15시간 근무 시 1주일간 일하기로 정한 날에 개근하면 하루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85.2%(104명)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응답학생의 41%(50명)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음에도 현재 아르바이트 중인 학생조차 알바 십계명중 알고 있는 항목은 평균 3.9개로 반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응답자의 78.7%(96명)가 모른다고 답한 최저임금(시급4320원)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불과 16.7%(12명)만이 최저임금을 알고 있다고 답해 일한 경험이 없을수록 노동조건에 대한 인지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권리에 대한 인식 부족은 권리 침해로 직결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학교는 청소년 노동권 교육 확대 및 교내 상담센터 마련, 고용노동부ㆍ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는 청소년 고용 업소에 대한 관리감독 확대, 위반업체 처벌 강화 등 청소년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청소년을 많이 고용하는 사업장 등 1천여 곳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점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채필)는 지난 9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거리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 고용조건 등을 홍보하고, 점검대상 사업장의 위법행위를 적발한다. 주요 점검사항은 최저임금 준수, 임금 체불, 서면근로계약서 교부, 18세 미만인 자에 대한 가족관계증명서 및 친권자 또는 후견인 동의서 비치, 야간ㆍ휴일근로 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여부 등이다.
고용부는 지난 겨울방학에도 총 1790곳을 점검해 전체의 83.4%인 1493곳에서 최저임금 미준수, 임금 체불 등 청소년 고용 사업장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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