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R&D)사업 예산 배분과 조정을 마쳤다. 지난 3월말 대통령 직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강화된 이후 처음으로 예산 배분·조정을 실시하며 입지를 다진 것. 국과위는 전체 국가 R&D 예산 중 66.9%에 달하는 11조 3772억 중 최종 10조 6550억원을 배분·조정했다.
국과위는 2일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한 결과 10조 6550규모의 내년도 국가 R&D연구개발사업 예산에 대한 배분·조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올해 9조 9000억원에 비해 7.6% 늘어난 금액으로 전체 국가 R&D사업 예산 요구액 16조 9885억원 중 국방과 인문사회 R&D 분야 예산을 제외한 것이다.
국과위가 예산 배분 및 조정권을 쥐는 것은 지난해 제시된 국과위 위상 강화안의 핵심이었다. 기존 국과위가 국가 R&D 사업 투자등급을 제시하는 선에 그친 것과 달리 강화된 국과위는 훨씬 강한 예산권을 지니게 됐다.
전문분야별로 살펴보면 ▲우주·항공 및 건설·재난재해 등 거대공공분야에 1조 3429억 원 ▲에너지·자원 및 환경·기상 등 녹색자원분야에 1조 7166억 원 ▲기계·소재 및 지역·중소기업 등 주력기간 분야에 2조 8419억 원 ▲기초연구 및 IT·융합기술 등 첨단융복합 분야에 3조 969억 원 ▲생명·의료 및 농림·수산·식품 등 생명복지 분야에 1조 6567억 원 등이 투자된다.
김도연 위원장은 "5개 분야에 15인씩 민간전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서 예산의 액수까지 만들어냈다"며 "기획재정부보다 과학기술적 근거로 예산을 배분했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이 중 중소기업 역량강화와 동반성장을 목표로 중소기업 전용 R&D 예산이 크게 확대됐다. 중소기업 전용 R&D 예산은 올해 6238억원에서 7095억원으로 13.7% 늘어났다. 중소기업 고급인력 고용지원사업에도 올해 1779억원에서 25% 늘어난 2224억원이 투자된다. 교과부가 4100억원을 요구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연구단 출범 시기 등을 고려해 소요금액 위주로 2100억원을 편성했고, 창의연구 활성화를 위해 지원중인 대학 풀뿌리 개인기초연구사업에는 올해보다 500억원 늘어난 8000억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출연연구소에는 3416억원이 배정됐다. '백화점식 연구'를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기존 PBS 제도와 달리 출연연에 직접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묶음예산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 2014년까지는 70% 수준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회적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 R&D분야, 구제역이나 슈퍼박테리아 등 재난형 동물질병이나 국가감염병에 대한 종합적 대응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도 마련됐다.
한편 이번 R&D 예산 배분·조정안에서는 투자 효율화에 역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R&D 사업간 유사·중복을 막기 위해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거나 중복분야 예산 조정을 통해 약 1204억원의 예산을 줄였고 연구장비나 시설투자요구 심사를 강화했다. 1억원이상 소요되는 연구장비 481건은 심의를 통해 535억원을 삭감했다.
국과위는 향후 유사중복 사업 정비를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간전문위 중심으로 R&D 사업을 상시 검토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김 위원장은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 자체는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남이 뭘 하는지 모르고 하는 것은 낭비"라며 "연구기관간의 담을 낮추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