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의 책임 공방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서울 방배동 아파트 등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 주민들은 관할 자치구를 상대로 집단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시와 관할 자치구인 서초구는 현재 ‘불가항력인 자연재해’라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게다가 과거 판례에 지자체의 손을 들어준 경우도 있어 책임 공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번 집단소송의 핵심은 ‘예방ㆍ사후조치에 대한 적절성’에 있다. 서초구가 산사태 위험지역인 우면산에 적절한 예방조치를 했는지와 사고 발생 당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지가 쟁점이다.
서초구는 산림청의 산사태 예보 권고를 무시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림청의 권고는 폭우로 인해 우면산이 무너질 위험이 있으니 주민들에게 산사태 예보를 발령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서초구는 산사태 위험을 알리는 산림청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받을 담당자 연락처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담당자에 대한 관리 책임이 각 지자체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차 과실은 서초구에 있는 셈이다.
법원은 그동안 자연재해로 발생한 인명·재산피해에 대해 시설물 관리나 재해방지 조치의 적절성을 따져 지자체에 법적 책임을 물어왔다. 지난 2001년 폭우로 서울 용산 일대 상가가 물에 잠겼던 당시 법원은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구청 과실을 인정해 6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84년 9월 망원동 수해 피해 당시에도 1만2000여명의 주민들은 서울시로부터 53억원을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법원이 모든 피해에 대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2001년 서울 동대문구 수재민들이 낸 집단소송에서는 “엄청난 폭우였기 때문에 불가항력이었다”며 지자체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라는 환경 조건과 산사태 위험지역을 제때 관리하지 않은 서초구의 책임이 이번 소송의 핵심인 것이다.
정원휘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기존 판례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위험지역에 대한 관할 자치구의 책임과 그에 따른 피해 연관성 등 사실관계를 정확히 판단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행안부는 서초구의 피해액이 95억원을 넘으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현재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은 예산 규모가 850억원 이상인 지자체의 경우 피해액이 95억원을 넘어야 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복구비의 최대 90% 보조, 특별교부금과 국세·지방세 감면 및 유예 징수, 그리고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 30~50% 경감 조치가 취해진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