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tvN 목 밤 12시
친숙한 일상적 풍경 안에서 자유롭고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토크쇼로서 <택시>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산만한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종종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어제의 <택시>가 그런 경우였다. 장기하를 손님으로 태운 <택시>는 ‘인디음악계의 선두주자’와 대중문화 핫 아이콘의 경계를 오가는 그의 정체성 중에서 어느 쪽으로도 흥미로운 토크를 뽑아내지 못하고 택시와 스태프 버스를 산만하게 오가는 산발적 토크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작은 좋았다. 공형진과의 친분을 활용해 더 솔직한 토크를 끌어낼 수 있도록 앞좌석으로 간 장기하가 자리에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뒷 자석의 이영자가 바로 한마디를 던졌다. “그렇게 실험적인 노래를 많이 부르시면서 안전벨트는 꼭 하시네요.” 불행하게도 이것이 이날의 유일한 센스 있는 멘트였다.
“장기하를 잘 아는” 공형진 때문인지 혹은 이영자의 첫 인상 평대로 “백수 같은” 장기하의 친근한 이미지 때문인지 이날 MC들은 유독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게스트 장기하 보다 더 많은 말을 쏟아냈다. ‘장기하의 가면을 벗기겠다는’ 의도에 지나치게 충실했던 공형진은 자주 장기하의 대답을 앞서 가로막았고, 이영자는 장기하의 말을 충실히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인상 평으로 자주 그의 말을 끊었다. 장기하에게는 “미소년 같은” 말끔해진 얼굴을 보여주는 것 외에 새롭거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었다. 차라리 연습실 토크 분량을 늘려 음악 얘기를 이끌어내고, 택시 안에서의 장난 같은 미니콘서트 대신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간 밴드 공연 장면을 길게 가져가는 유연함을 보여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최근의 토크쇼가 음악을 결합하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특한 뮤지션 장기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제작진의 센스가 아쉬운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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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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