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집중호우가 발생할 때에는 평소보다 감전위험이 20배 이상 높아 전기안전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8일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해마다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 수는 70∼90명, 부상자는 10배인 700∼900명에 이른다. 특히 감전사고의 30∼40%와 감전으로 인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된다. 공사 관계자는 "여름철 특히 집중호우시 감전사고 발생 확률은 평소보다 20배 이상"이라면서 "이는 습도가 높아져 쉽게 누전현상이 일어나고 신체 노출이 많아지고, 땀으로 인한 인체 저항이 약해지는 것도 원인"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흔히 감전사고는 고압의 전기가 흐르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용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용량도 급증하면서 생활 주변 곳곳에 감전사고의 위험이 더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10년 감전사고 사상자 585명중 저압설비나 전기기계 등에 감전된 사람은 419명(사망 27명, 부상 392명)으로 고압에 감전된 166명(사망 20명, 부상 146명)의 2.2배나 된다. 또 감전사고 사상자의 13%가 넘는 66명이 15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전기는 20밀리암페어(mA)만 돼도 1분 이상 흐르면 호흡 근육을 마비시키고, 50mA 이상이면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 50mA는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220V 30W 형광등에 흐르는 전류 136mA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감전사고가 나면 우선 전원차단기(일명 두꺼비집)를 내린 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전선이나 도체에서 분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의식ㆍ호흡ㆍ맥박상태를 살핀 뒤 인공호흡이나 심장마사지 등 응급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누전이나 합선 등으로 인한 전기화재 발생건수는 지난 2010년 기준 9442건으로, 총 화재 발생건수 4만1862건의 22.6%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에는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 등이 증가하면서 여름철 전기화재도 늘어나는 추세다.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누전차단기를 점검해야 한다.
누전차단기는 집안 배선에서 전기가 샐 경우 이를 감지해 전기를 차단하는 장치로, 현관 분전반(두꺼비집)에 있는 누전차단기 버튼(적색 또는 녹색)을 눌러 '딱'소리가 나면서 스위치가 내려가면 정상이다. 누전차단기가 없는 일반 주택의 경우 세탁기나 식기건조기 등 물기가 많은 곳의 전기기구에 접지선을 설치해야 한다. 접지는 누전된 전류를 땅속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가전제품을 만질 때 젖은 손은 금물이다. 가전제품 등에 손을 대면 찌릿찌릿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기기나 전선에 물기가 스며들어 누전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누전현상이 일어나면 즉시 차단기를 개방하고 전기공사업체나 한국전기안전공사(1588-7500)에 점검을 의뢰해야 한다.
특히 장마철 및 집중호우시 집이 물에 잠길 경우, 전기 콘센트 등을 통해 괸 물에도 전기가 흐를 수 있는 만큼 접근을 피해야 한다. 전원을 차단한 뒤 물을 퍼내고 건조시킨 다음 전문기관에 점검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비바람이 불어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봇대가 넘어졌을 경우 근처에 접근하지 말고 즉시 전기고장신고(국번없이 123)를 해야 한다.
전기안전공사는 본사 및 전국 60개 사업소에서 상습 침수지역 및 저지대 배수펌프장 등 3376여개소의 취약설비와, 감전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가로등, 신호등 전기설비에 대해 사전에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점검결과 부적합 설비에 대해서는 관리자가 조속히 개보수가 완료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계자는 "본사 및 60개 전 사업소에 24시간 전기안전 종합상황실을 설치하여 24시간 상황보고 체제를 유지 중"이라면서 "한국전력 종합재해대책본부 상황실과 연계하여 기상특보 발표 시 사업장별로 긴급출동조를 가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재해발생시에는 복구인력 및 자재를 긴급 투입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복구지원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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