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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생활백서' MB정부 복지 포퓰리즘이 실현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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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 억수같은 장맛비가 내리던 2013년 7월27일 오전. 여의도의 한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나한국씨(29)는 집 근처의 한 '대안주유소'에 들러 차에 기름을 채운 후 서둘러 출근길에 나섰다. 지난번 회사 근처의 일반주유소에서 넣었던 기름보다 리터당 200원 이상 싸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엑셀레이터를 세게 밟았다.


정부가 제공하는 반값 아파트에서 사랑하는 아내, 한살배기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나씨는 집에 있는 가구도 렌트를 통해 반값에 장만했다. 정부가 중고가구 대여점을 육성하면서 가구가격이 뚝 떨어졌다.

나씨는 올 초 6개월간의 '공공기관 청년인턴' 과정을 마친 후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정부의 '공공기관 청년취업 쿼터제' 대상으로 선정돼 졸업 후 2년여의 길고 긴 방황을 끝낸 것이다.


나씨가 다니는 금융공기업은 쿼터제 시행으로 선배들이 대거 구조조정 당했다. 45세가 넘는 선배들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나씨도 10년만 있으면 나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청년 백수로 지내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자위해본다. 애들 교육비가 문제지만 일단 유치원은 무상이고, 대학교에 갈 때쯤 되면 어떤 식이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씨도 반값 등록금으로 부모님에게 크게 손 안벌리고 학교를 다녔다.

점심은 회사앞에 설렁탕집에서 같은 부서 동료들과 해결했다. 설렁탕집은 여전히 인기다. 정부가 설렁탕과 자장면 등 10개 품목을 집중 관리해주고 있어, 곰탕은 만원이고 짬뽕도 만원이지만 설렁탕과 자장면은 2년째 5천원이다. 점심을 먹을 때마다 정부 칭찬이 절로 나온다. 가끔 설렁탕과 자장면이 질릴 때가 있는데, 그때는 관리하는 품목을 좀 늘려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점심을 먹고 잠시 인터넷으로 주식 시세를 확인해본다. 정부가 국민주 형태로 나눠줘 100주씩 갖고 있는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 주식이 오늘도 조금 올랐다. 종합주가지수는 6개월째 내리막이지만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 주식만큼은 정부가 주가관리를 하는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상장 초기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가 국민주를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벌어지자, 정부는 서둘러 국민연금의 투입을 결정했다. 이후로 주가는 한번도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적 없다. 아마도 국민연금이 탄탄히 받쳐주고 있나보다.


퇴근길엔 백화점에 들러 아내를 위한 화장품도 하나 샀다. 결혼 기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조치로 유통기한을 없앤 화장품은 거의 반값이다. 사실 화장품에 유통기한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다. 화장품이 썩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을 생각해내는 정부의 아이디어가 놀라울 뿐이다.


집에 도착했더니 아내가 반갑게 맞아준다. 저녁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수박을 내놓으면서, 과일값이 요즘 너무 올랐다고 투덜거린다. 나씨는 "아니 정부는 왜 과일값은 관리하지 않는거야"하면서 TV를 켰다. 뉴스에선 "연일 계속되는 장마 때문에 과일 채소값이 두배로 뛰었다"는 앵커의 멘트가 나온다. 나씨는 "공무원들이 진작에 대비를 해서 과일값이 오르지 못하도록 해야지"하고 혼잣말을 한다. 어디에선가 신문에서 이런 식의 사설을 본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 때문에 과일값이 오른다면 비가 못 오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번쩍 든다. 나씨는 이런 깜짝 아이디어를 내일 청와대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전기료 걱정 없는 에어컨을 켜 둔 채 잠을 청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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