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국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으면서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었던 수출 성장세도 교역 조건 악화로 둔화되는 가운데 실질구매력도 감소해 경기 U턴의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버팀목 수출까지 흔들=이번 부진이 지난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5%까지 치솟은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위안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후 3분기 동안 유지해오던 4%대 증가세에서 이탈한 것 자체가 위험신호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4.2%와 5.2% 성장해 연간 4.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 교역조건이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게 문제다. 실제로 2분기 재화서비스 수출 부문의 GDP 성장기여도가 전 분기 보다 1.5%포인트 하락한 1.8%에 불과했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가들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서유럽 재정위기가 확산 일로여서 낙관을 예단하기 어렵다.
실질 국내총소득(GDI)가 2분기 연속 감소한 점도 부담이다. 지난 1분기 0.3% 감소에 이어 0.1%가 더 낮아지면서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교역조건 악화 주범인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추세이고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하반기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 GDP는 상반기 집행률이 낮았던 정부부문 예산이 풀리면서 건설업 부문 플러스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안정성 훼손 우려 증폭=국내 경제 안전성을 도모할 수 있는 가계저축률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 경기와 실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가계대출이 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저축 여력이 급속히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한국 가계저축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7.1% 보다 훨씬 낮은 2.8%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가계저축률 하락률도 OECD 국가 중에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저축 감소는 투자재원 부족과 소비여력 축소로 이어져 상장잠재력 기반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금융권에서는 가계저축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0.15%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은 가계저축률 1%포인트 하락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도 0.25%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 거시경제실장은 "한국 가계저축률은 IMF외환위기 이후 5년, 2003년 카드사태 이후 5년 두 차례 급락기를 경험했으며 이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 채무자 상당 수가 거치 기간 종료 후 원금 분할상환을 앞두고 있는 터여서 저축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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