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비핵화회담에 이어 북미대화까지 성사되면서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이 탄력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성급한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북한 비핵화는 UEP(우라늄농축프로그램), 남북관계는 천안함, 연평도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같은 이야기는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비핵화와 남북간 군사회담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렸지만, 남북관계 개선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앞서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2일 북한의 새로운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비핵화 회담을 가졌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다음 날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남북이 비핵화 회담을 주도"하는데 합의했다.
이처럼 남북 비핵화 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배경에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중국과 미국의 압력에 북한이 수용하면서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비핵화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은 전면 중단됐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남북대화가 우선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3년 가까이 회담이 열리지 않아왔다. 때문에 이번 남북대화를 기점으로 북미대화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실제 힐러리 클린터 미 국무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남북 비핵화 회담 직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이번 주말께 뉴욕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북한의 비핵화 회담을 총괄하는 인물로, 28일께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은 방미 중에 6자회담 재개 방안과 함께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미대화가 급진전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양문진 경남대 교수는 "이번 발리 비핵화 회담은 남북 대결국면이 대화국면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향후 금강산 재산권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과 추석을 즈음한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걸림돌은 남아있다. 정부여당 일각에선 여전히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先)사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남북대화가 진전될 경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오류'를 시인하는 셈이어서 정부로선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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