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정재우기자]물위를 통통 튀듯 달리는 튜브,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면 더위도 멀어진다.
3층 높이까지 튀어 올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플라잉피쉬 덕에 스트레스 마저 날아간다. 유진투자증권 의 백종윤, 김태훈씨는 서울에서 1시간 반을 달리면 찾을 수 있는 강원도 춘천 수상레저타운에서 이번 여름휴가를 보냈다. 최근 유행하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수상스포츠 이용권을 저렴하게 구입한 덕에 하루 물놀이 비용이 총 10만원도 들지 않았다.
6월부터 이어진 기나긴 장마가 끝이 나면서 여의도 증권가도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맞고 있다. 삼성증권의 A 부장은 이번 여름휴가에 가족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계획 중이다. 20년 전 종주했던 추억을 더듬어 완주를 꿈꾸며 몇 달 전부터 꾸준히 체력을 기르고 있다.
대부분의 본점 직원들이 이처럼 다양한 휴가계획을 짜고 보낼 수 있지만 일부의 경우 여전히 여름휴가는 남의 얘기인 곳도 있다. 올 여름휴가철은 애널리스트의 이직 계절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의 애널리스트 평가(폴)가 끝나는 데다, 여러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장들이 새로 선임되면서 각 리서치센터를 재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B씨는 “애널리스트들의 휴가는 소위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 폴 시기에 크게 좌우된다”며 “평가 여부에 따라 휴가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영업부서도 여전히 휴가를 당당하게 보내기 쉽지 않다. 영업실적에 따라 급여에 차이가 많이 나는 영업직원들은 휴가를 떠나는 일수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은 평소보다 주문이 적지만 그래도 마음의 부담이 적지 않다. H증권의 법인영업 담당자는 “주요 고객들의 휴가시기에 맞춰 휴가를 잡고 싶지만, 워낙 관리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애환 때문에 아예 의무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대우증권은 아예 ‘컴플라이언스’ 휴가라는 것을 지정해 1년 중 자유롭게 5일을 붙여서 휴가를 떠나도록 하는 의무 휴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임기영 대표가 부임한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고, 덕분에 직원들은 눈치 보지 않고 휴가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됐다.
국내 증권사보다 외국계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휴가기간이 의무화돼있고, 기간도 길다.
한국JP모간 증권의 경우 1주에서 2주까지 휴가를 길게 쓰는 문화 때문에 국내 증권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긴 휴가로 여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돌아오면 수천통의 이메일과 밀린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등 애로도 적지 않다. 사실 휴가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게 7월말, 8월초를 선택해 대부분 해외 휴양지로 떠난다.
외국계 증권사가 휴가를 장기간 그리고 의무적으로 보내는 배경에는 말 못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모 외국계 증권사가 직원들에게 긴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길게 자리를 비웠을 때 업무 공백이 있는지의 여부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다. 또한 그 직원이 회사에 해가 되는 일(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는 게 모 외국계 증권사 임원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 외국계 증권사는 5일은 무조건 붙여서 써야하고, 개인의 휴가일수가 20일 넘게 남아있다면 10일을 무조건 붙여서 쓰도록 강제해 담당자 부재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한편, 올해는 예년과 달리 증권사 전현직 CEO 12명이 주가연계워런트(ELW) 부정거래 여부를 놓고 검찰에 고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휴가 분위기가 대체로 가라앉은 상태가 역력하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의 본점 직원들은 다양한 여름휴가일정을 잡고 보냈는데 올해는 대표 고발 및 공판이 예정되면서 휴가 자체 말도 끝내기 쉬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규성 정재우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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