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투자냐, 매각이냐 기로…부도시 SK그룹 전반까지 영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2009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던 SK텔레시스가 부실에 빠지면서 휴대폰 부문에 대한 추가투자냐, 매각이냐의 기로에 처해 있다. SK그룹으로서도 SK텔레시스의 부실이 자칫하면 그룹 경영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
22일 SK그룹과 SK텔레시스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시스가 진행중인 휴대폰 'W' 사업을 놓고 정리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2년간 휴대폰 사업을 진행하며 누적 적자가 늘어나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르다 보니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인가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매각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SK텔레시스 고위 관계자는 "아직 회사나 그룹에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면서 "휴대폰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방침도 확정짓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3가지 정도다. 추가투자를 통해 휴대폰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SK C&C 등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 국내 중견 기업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SK텔레시스는 SK텔레콤에 기지국 중계기를 판매해왔던 회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기지국 중계기 사업은 통신사의 망투자 여부에 따라 매출이 급증하거나 급락하는 일이 잦다 보니 최신원 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했고 그 결과 2009년 8월 휴대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K텔레시스는 SKT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에 070 인터넷 전화기를 납품하고 SKT에 'W'라는 브랜드로 휴대폰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제품으로 풀터치폰을 내 놨지만 스마트폰 열풍에 묻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력사업이던 기존 중계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에 공급했던 070 인터넷 전화기 사업 역시 삼성전자에게 빼앗기고 휴대폰 사업마저 대규모 손실을 내자 SK텔레시스 자체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결국 지난 6월 SK텔레시스는 최신원 회장을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최 회장은 43억원을 들여 SK텔레시스의 주식을 샀고 1.1%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39.48%까지 늘렸다. SK텔레시스의 대주주였던 SKC의 지분율은 77.1%에서 47.46%로 줄어들었다.
당시 휴대폰 업계는 최신원 회장의 유상증자를 놓고 휴대폰 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SK텔레시스는 이미 기존 중계기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휴대폰 사업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최신원 회장의 개인 지분이 높아지긴 했지만 SK텔레시스의 대주주는 여전히 SKC다. SK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SKC의 대주주는 (주)SK이고, (주)SK는 SK C&C가 대주주다.
SK그룹 입장에선 최신원 회장이 경영을 담당하고 있지만 직접 나서서 급한 불을 끄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SK텔레시스가 대규모 부도를 일으킬 경우 SKC와 (주)SK, SK C&C가 모두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지배구조상 SK텔레시스가 잘못될 경우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SKT의 플랫폼 부문 분사, 하이닉스 인수 등 그룹 전체의 중요한 대계를 앞둔 가운데 위험 요소는 배제돼야 한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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